여자배구 도로공사가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에서 승리하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정상에 오른 배유나(37)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그는 "진짜 쉽지 않은 경기였다. 지난 GS칼텍스전에서 무기력하게 졌는데, 다들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그래도 다시 기회가 왔으니까 우리끼리 '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핑계대지 말고 하자.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경기했다"고 했다.
배유나는 지난해 10월 21일 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의 개막전에서 어깨를 부여잡았다. 탈구로 교체된 배유나는 6주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부상 회복이 빨라 두 달여만에 복귀했지만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지난달 13일 현대건설전에서 선발로 나선 배유나는 이후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찾았다.
다행히 배유나가 없는 동안 도로공사는 꾸준히 1위를 지켰다. 부상 선수가 조금씩 나왔지만 모두의 힘으로 버텨냈다. 배유나의 자리도 신인 이지윤이 잘 채워줬다. 배유나는 "동생들이 잘 버텨줘서 고마웠다. 내가 제대로 뛰기 시작한 건 5라운드부터였다. 3라운드 때부터 복귀를 했어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조금씩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는데 동생들이 잘 해줘서 힘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시즌 마지막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고맙다"고 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불안과의 싸움을 벌였다. 배유나는 "솔직히 몸이 100%가 아닌 채 (운동을)시작하니까 굉장히 불안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계속 연습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올라왔다. 그래서 '그냥 하면 되는구나, 연습만 하자'라는 생각을 하니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도로공사는 항상 안정적인 팀이었다. 그 중심엔 베테랑들이 있었다. 그러나 정대영에 이어 임명옥까지 팀을 떠나면서 이제는 배유나가 그 몫까지 하게 됐다. 배유나는 "지금까지는 그 언니들의 도움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한 명씩 자연스럽게 떠나게 됐다.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황연주 언니가 와서 내게 작은 도움들을 줘서 많이 의지했고, 고맙다. 이게 팀인 것 같다"고 했다.
도로공사가 마지막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건 2017~18시즌이다. 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해 준비할 수 있는 이점을 안게 됐다. 배유나는 "챔프전까지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정규리그 1위를 꼭 하고 싶었다"며 "다른 팀들이 세트 스코어 3-2, 3-1까지 가면서 모든 경기를 힘들게 하고 올라오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어 "어렵게 온 기회다. 8년 만에 온 통합우승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