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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물열전] ⑾'맨발의 영웅 아베베'…한국전 참전한 마라토너

연합뉴스

2026.03.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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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흑인의 첫 올림픽 금메달과 2연패…1966년 한국 대회 마지막 우승도
[아프리카인물열전] ⑾'맨발의 영웅 아베베'…한국전 참전한 마라토너
아프리카 흑인의 첫 올림픽 금메달과 2연패…1966년 한국 대회 마지막 우승도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마라톤은 올림픽의 꽃이다. 이 종목에서 맨발로 우승해 전설이 된 아프리카 선수가 있다.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1932∼1973)다.
1960년 9월 10일 로마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무명의 에티오피아 선수였던 아베베는 맨발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당시 마라톤에서 마(魔)의 벽으로 여겨졌던 2시간 20분을 5분가량 앞당긴 세계신기록(2시간 15분 16초)으로 우승하며 아프리카 대륙 흑인으로는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흑인은 장거리를 뛸 수 없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어버린 쾌거였다.
맨발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은 올림픽 역사에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아베베는 하일레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의 근위대에 들어갔다가 스웨덴 코치의 눈에 띄어 마라톤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로마 대회 이전까지는 국제대회 참가 경력이 없는 무명 선수에 불과했다.
그런 아베베가 1935년 자국을 침공한 적국이었던 이탈리아 수도 로마 한복판에서 뜨거운 도로를 맨발로 달려 우승했다는 소식은 세계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사실 아베베는 처음부터 맨발로 대회에 나갈 생각은 아니었다. 대회 직전 새 육상화가 발에 맞지 않아 물집이 생겼다. 그러자 그는 신발을 신지 않고 달리기로 결정했고 맨발은 그의 영원한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아베베는 로마에 이어 4년 뒤인 1964년 도쿄올림픽 마라톤에는 운동화를 신고 나와 또 한 번 월계관을 썼다. 올림픽 최초로 마라톤에서 2연패에 성공했다.
특히 도쿄 대회에서는 출전 40일 전에 충수염 수술을 받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나섰으나 2시간 12분 11초로 직전 대회에 이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섰다.
목동으로 가난하게 자란 아베베는 이미 준비된 마라토너였다.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인 고향에서 소를 몰거나 뛰어놀던 그에게 로마의 42.195㎞ 거리는 그리 어려운 코스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베베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선수였다.
그는 6·25전쟁 때 에티오피아 군인으로 한국에 파병됐다.
이탈리아에 나라를 잃은 경험이 있는 셀라시에 황제는 유엔이 군사 지원을 요청하자 황실근위대 최정예병으로 구성된 '강뉴'(Kagnew) 부대를 파견했다.
1951년 강뉴부대 2진으로 한국에 왔을 당시 아베베는 19세였다. 최전선에는 투입되지 않고 부대장 호위병으로 복무했다.
아베베는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평을 받았다. 자신도 한국전 참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그의 사랑은 이후 한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출전으로까지 이어졌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마라톤의 전설인 아베베는 도쿄올림픽 2년 뒤인 1966년 당시 스포츠계 변방인 한국에서 개최된 무명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우승했다.
6·25전쟁 참전 인연으로 '9·28 서울수복 기념 제3회 국제마라톤대회' 참석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 대회는 '맨발의 왕자'가 완주한 마지막 공식 마라톤 대회였다.

아베베는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에도 출전했으나 경기 도중 다리 문제로 출발 17㎞ 지점에서 기권했다.
그는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일도 그의 불굴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아베베는 1969년 차를 몰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내 하반신이 마비됐다.
세계 최고의 육상 선수가 하반신 마비로 혼자서 걷지도 못하고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상황은 운명의 아이러니였다.
그렇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상반신 훈련에 집중해 오늘날 패럴림픽의 전신인 1970년 스토크맨더빌게임스에서 양궁 등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1973년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4년 전 교통사고의 후유증인 뇌출혈로 숨을 거뒀다. 장례는 셀라시에 황제와 많은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국장으로 치러졌다.
세계육상연맹은 "로마올림픽에서 아베베의 우승은 이후 수십 년간 그의 발자국을 따른 아프리카, 특히 동아프리카 육상 선수들에게 불빛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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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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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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