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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봄동 안 놓치는 '포모족' vs 단절 즐기는 '조모족'…당신은?

중앙일보

2026.03.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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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조모의 대한민국

“포모는 어디에나 있다.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놓칠 수 있는, 내려놓는 용기도 필요하다. 우린 포모 사피엔스다.”(패트릭 맥기니스, 『포모 사피엔스』 저자)

그래서인지 김영철(47·서울 송파구)씨는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주식 시세를 들여다봤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이번 아니면 건지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주말, 그는 북한산의 한 사찰로 템플스테이 일정을 잡았다. “그래도 좀 내려놔야죠. 숨이 가쁘다가도 절에만 가면 욕심이 쑥 들어가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평일의 김씨다. 조모(Jomo·Joy Of Missing Out). 주말의 김씨다.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포모는 ‘흐름에서 뒤처지는 데 대한 두려움’, 조모는 ‘내려놔도 괜찮은 혼자만의 즐거움’을 나타내는 사회심리학적 용어로 특히 오늘의 우리 사회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부동산·주식이나 정치·교육 정보, 심지어 여행·미식까지 ‘포모’ 현상이 두드러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좋아서’ 혼밥·혼술에 나서고 명상·독서를 통해 내면을 탐구하는 ‘조모’ 바람 또한 만만찮게 불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SUNDAY가 2026년 3월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포모와 조모 바람을 들여다봤다.



봄동 따라 먹는 ‘포모’ vs 혼자 고기 굽는 ‘조모’ 당신은 ?

# 포모 1. 부동산 이어 주식 ‘빚투 열풍’
“그래도 계속 담아야죠. 마지막 기회일 것 같은데.” 권모(39·경기도 고양)씨는 개인 투자자, 속칭 개미다. “부동산 영끌족 이력이 있어요. 주택담보대출 3억원을 받았죠. 주식 신용 융자가 수백만원 물려 있고요. 하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주식에 투자하겠어요.”

지난 12일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32조1419억원. 지난해 같은 날 18조1728억원보다 77%나 늘었다. 신용공여는 금융기관이 투자자 자산이나 신용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 ‘불장’에 예적금 자금뿐 아니라 ‘포모 심리’에 따라 개인투자자의 빚투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란 전쟁이 진정 국면으로 돌아서면 부동산 규제로 막힌 자금이 다시 증시로 대거 유입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찮다.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는 “개인적으로도 손절(적당한 때 매도)하거나 빠져나오지(투자 포기) 못하고 엄청난 손실을 본 뒤 정신과 의사인 내가 마음의 병까지 얻었다”며 “소외 불안과 남과의 비교에 따라 서 둘러 뛰어드는 ‘포모 투자’는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포모 2. 두쫀쿠 가고 봄동이 왔어요
“배당받고 있는 거죠, 뭐.” 증권사가 많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증권사 직원 A(31)씨는 남자 친구가 사주는 봄동 비빔밥을 먹으며 웃었다. ‘배당’은 증권사 직원이 선물 혹은 음식 대접을 받을 때 쓰는 은어다. 봄동을 씹는 그의 입에서 와사삭 소리가 감탄사처럼 흘러나왔다.

그런데 제철 채소 점검에 나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번엔 봄동에 집중하고 있다. 봄동 열풍 때문이다. 봄동 비빔밥을 먹는 연예인의 과거 영상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면서다. ‘두쫀쿠 가고 봄동 왔다’는 문구가 3월의 표어처럼 지난 한 주간 SNS를 도배했다. 검색 관심도 지표인 구글 트렌드(최근 한 달 기준)에 따르면 ‘두쫀쿠’는 지난달 14일 정점인 100을 찍은 뒤 지난 12일 현재 31이다. ‘100’은 해당 기간 중 가장 검색이 많음을 나타낸다. 이 시기 ‘봄동’도 검색량이 많아지면서 지난 1일 100을 찍었다. 인스타그램 ‘#봄동’ 태그만 4만4000여 개다. 그런데 이달 둘째 주 들어 구글 트렌드 ‘봄동’ 지수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현재 47이다. 가격도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하 평론가는 “최근 몇 년간 먹거리 포모 열풍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라며 “자영업자들이 두쫀쿠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미끼 상품으로만 내놓은 이유도 ‘반짝’ 수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카스테라는 15개월 정도, 탕후루는 약 1년간 태풍처럼 들쑤셨다가 소멸했고 두쫀쿠도 6개월 만에 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 평론가는 “주소비계층인 2030세대는 유행에 매우 예민한 만큼 포모 먹거리에 대한 초강력 관심과 초단기 소비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포모 3. ‘우리 애만 뒤질라’ 선행학습
영화 ‘왕사남’에서 단종이 유배지인 강원도 영월 청령포의 광천골 사람들과 가까워진 계기 중 하나는 교육이다. 엄흥도는 아들이 단종의 가르침을 받게 되자 안심했다. 하지만 현실의 21세기 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겨울은 사교육의 성수기. 임모(55·경기도 위례)씨는 “중3 딸을 선행학습 시킨다고 학원 세 곳에 다니게 했다”며 “지난겨울 석달간 300만원이 훌쩍 넘게 들어갔다”고 했다. 지난 12일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7000억원 감소했지만, 학생 1인당 지출은 60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총 사교육비가 줄어든 건 학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빚어진 것이고, 1인당 비용이 늘어난 건 학원에서 학령 인구 감소에 대응해 수강 과목 쪼개기, 선행학습 연령 확대 등 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에 나선 결과”라며 “포모 현상을 확대, 재생산하며 덩치를 키우는 곳이 바로 사교육 시장”이라고 꼬집었다. 박혜연 동덕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교육 시장의 기저엔 자녀에겐 최소한의 계급 안전망을 깔아주려는 부모들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 ‘포모’라는 단어를 처음 썼다는 패트릭 맥기니스는 저서 『포모 사피엔스』에서 “누구도 포모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자신만의 어학·운동·음식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합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어쩌면 혼술자의 ‘삼겹살에 소주’처럼 포모와 조모는 따라다니며 어울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 조모 1. ‘혼자만의 사치’ 혼밥·혼술
“이모, 소주 하나 더요.” 인천 계양구의 한 고깃집. 김병헌(33)씨가 혼자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거기다가 혼술까지. 이만하면 SNS에서 회자하는 ‘혼밥 레벨 9단계’ 중 최고난도다.

혼밥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한 조사에선 “긍정적”이란 대답이 무려 85%였다. 김씨 같은 2030세대 10명 중 7명이 혼밥을 즐긴다(듀오). 그 이유로 “마음이 편해서”가 42.4%로 1위다. 식품업계도 혼웰식(혼밥+웰빙)을 미래 먹거리로 설정했다. 식당에선 ‘우리 사장님도 오늘 혼밥했어요’라는 구호로 안내한다. 서울 중구의 1인 전용 고깃집은 손님이 몰리자 영등포 등에 지점을 추가로 내기도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혼밥 인구 증가엔 관계의 절단이란 어두운 면과 혼자만의 작은 사치를 누린다는 밝은 면이 공존한다”며 “최근엔 평안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한 블로거의 ‘혼밥 예찬’ 글에 이런 ‘조모’가 묻어난다. ‘그러니 정신 사나운 일과 중에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환기할 기회를 허투루 보낼 수는 없다.’

# 조모 2. 백색 소음서 즐기는 텍스트힙
“백색 소음이라 무아지경입니다.” 서울 경의중앙선. 지난해 38.5%로 역대 최저 독서율 속 지하철에서 ‘멸종’됐다는 책 읽는 승객이 한 칸에 세 명이나 있었다. 이연경(25·경기도 구리)씨 같은 20대가 연령대별로는 유일하게 독서율이 늘어 ‘텍스트힙’의 열풍을 보여줬다. 핸드폰을 한 번 보면 책 읽기는 끝이기에 꺼내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핸드폰과 SNS를 차단하고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갖자는 게 조모 움직임의 출발점이었다.

지하철은 과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인가. 사회학자 정수복이 이랬다. “소음으로 가득 찬 지하철 안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단출하고 단순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철 안은 책 읽기에 좋은 장소가 된다.”(저서 『책인시공』 중)

# 조모 3. ‘나를 찾아 힐링’ 템플스테이
“간결해지려고요. 그래서 나를 찾으려고요.” 북한산 중흥사 앞. 신학기라 가장 바쁜 때. 대학생 최모(20)씨는 “처음으로 템플스테이 체험을 하러 왔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유학생 한나(24·폴란드)는 “일본에도 있지만 한국에서의 템플스테이는 휴식과 성찰에 방점을 찍고 있어 힐링이 된다”고 극찬했다.

이렇게 산사에서 “나를 찾겠다”는 이들이 지난해 34만9219명(외국인 포함). 역대 최다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는 “지난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 선(禪) 명상을 시범 운영했더니 반응이 좋아 올해 정식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조모는 포모에 대한 반작용으로 수년 뒤 등장한 필연적 현상”이라며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듯 개인은 과다한 포모를 식힐 조모를 추구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도 “포모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 동기 유발이란 긍정적 부분도 있고, 조모도 포모처럼 일종의 불안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도 있다”며 “누구는 포모 누구는 조모로 가를 수 없는, 한 개인에 혼재하는 성향”이라고 진단했다.

“왕사남은 꼭 봐야 해.” “영월 청령포에서 힐링.” 맥기니스는 “포모는 어디에나 있다”고 했다. 최 교수가 말을 받았다. “그래서 조모도 어딘가에 있다. 찾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김홍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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