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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애인 겨울 스포츠가 강해졌다, 왜일까

중앙일보

2026.03.13 17:00 2026.03.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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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애슬론 김윤지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12.5km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어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6.03.08.
한국 장애인 겨울 스포츠가 강해졌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에서 '역대급' 성적을 냈다. 치밀한 준비, 그리고 좋아진 환경이 만들어낸 쾌거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철인' 신의현(46)이 노르딕 스키에서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는 등 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고, 파라 아이스하키 팀이 극적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불과 4년 뒤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은 노메달에 그쳤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금메달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신인 선수를 발굴하고 대표팀 체계에 변화를 주고 있다. 4년 뒤엔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4년 뒤 한국 선수단은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패럴림픽 첫 출전인 노르딕 스키 김윤지(19)가 여성 최초 금메달을 따내는 등 4개의 메달(금1, 은3)을 획득했다. 이제혁(29)은 스노보드 크로스에서 3위에 올라 스노보드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휠체어컬링 믹스 더블(2인조)에 나선 백혜진(43)-이용석(42)조는 은메달을 따냈다. 역대 최고 성적을 낸 평창 대회를 이미 뛰어넘었다. 아직 끝난 것도 아니다. 김윤지는 한 종목에 더 출전하고, 컬링 4인조 대표팀도 4위에 올랐다.
(서울=뉴스1) = 김윤지가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스프린트 좌식 결선에서 완주 후 기뻐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3.11/뉴스1

장애인체육회는 2016년부터 10년째 기초종목 동하계 스포츠캠프를 꾸리고 있다. 선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유망주들을 키워내고, 그들에게 맞는 종목을 찾아주기 위한 목적이다. 김윤지 역시 캠프 출신이다. 선천적으로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를 안고 태어난 그는 세 살 때부터 재활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했다. 수영만 하던 김윤지는 겨울 캠프에 참가해 처음 동계 종목을 접했고, 노르딕 스키를 택했다. 그리고 입문 6년 만에 패럴림픽 메달을 일궜다.

백혜진-이용석 조의 은메달 획득을 도운 박길우 감독은 2010년 밴쿠버 대회 4인조 경기 은메달리스트다. 컬링이란 종목 자체가 낯선 시기라 경기장 자체도 적었다. 대표팀은 이천훈련원 수영장을 얼려 훈련했다. 정빙된 경기장이 아니라 훈련 효과가 크진 않았음에도 이뤄낸 기적이었다. 소치 대회 때까지만 해도 컬링 대표팀은 비장애인 시설에서 훈련했다. 장애인 이동 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화장실 가는 것조차 참아야 했다.

기념 촬영하는 윤경선·이용석·백혜진   (서울=연합뉴스) 윤경선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믹스더블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백혜진·이용석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3.12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평창 패럴림픽을 앞두고 2017년 이천훈련원 내에 컬링장이 만들어졌다. 비장애인 팀이 대관해 훈련할 정도로 뛰어난 시설에서 장애인 선수들은 마음껏 연습할 수 있게 됐다. 코리아휠체어컬링리그도 창설됐다. 윤경선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은 2022 베이징 대회를 마친 뒤 리그를 만들었다. "경기가 적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그러면서 전국장애인체전에 거의 모든 시도가 참가할 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치열한 국내 경쟁이 이뤄지고,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면서 자연스럽게 강해졌다. 2024년엔 정태영-조민경 조가 믹스더블 세계선수권을 제패했고, 백혜진-이용석 조는 패럴림픽 메달을 따냈다.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파라 스노보드 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 장애(SB-LL2) 결승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제혁.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2018 평창패럴림픽도 큰 모멘텀이었다. 비장애인 스노보더였던 이제혁은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뒀다가 평창패럴림픽을 본 뒤 6년 만에 다시 보드에 올랐다. 겨울 스포츠는 장비가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들고, 접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평창 대회를 계기로 장애인을 위한 체육공간인 반다비체육관이 전국에 만들어지면서 여건이 좋아졌다. 기업과 공공기관들의 장애인 채용 시스템을 활용한 지원 덕분에 국가대표 선수들은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엘리트 장애인체육의 선전은 장애인들의 체육 참여를 이끈다. 사회경제적인 효과로도 이어진다.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은 2021년 '장애인 체육활동 참여의 의료비 절감 및 사회경제적 효과 연구'를 시행했다. 이에 따르면 체육활동으로 인한 의료비 절감 효과는 장애인 1명당 약 21만5300원이다. 해당 연구는 '생산성유발효과, 취업유발효과, 고용유발효과 등을 종합한 사회경제적 효과는 1조 4000억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효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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