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대체 언제적 류현진이고, 언제적 노경은인가.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나선 대한민국 마운드의 에이스는 은퇴를 해도 무방한 나이에 태극마크를 새긴 베테랑들이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도미니카공화국과 8강전에서 0-10 7회 콜드게임 끝내기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C조 조별예선에서 일본, 대만, 호주, 체코 상대 2승 2패를 거두며 2009년 이후 17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1승 2패에서 호주와 마지막 경기를 7-2 기적의 스코어로 잡고 극적 8강행 티켓을 따내며 기세를 한껏 드높였다. 그러나 우승후보로 꼽힌 우주최강 도미니카공화국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17년 만에 4강 도전이 좌절됐다.
2013년부터 번번이 국제대회 때마다 고배를 마신 대표팀의 과제는 늘 그랬듯 국제용 투수의 발굴이었다. 한 경기를 온전히 책임질 선발투수, 위기 상황에서 혼란을 수습할 확실한 믿을맨 등장이 절실했다. 한국은 지난 1라운드, 그리고 그 이전에 열린 일본과 평가전, 각종 국제대회를 보면 야수진보다 투수진의 난조로 일찌감치 승기를 내주거나 후반부 역전을 허용하는 경기가 잦았다.
류지현 감독은 2026 WBC 최종 엔트리에 KBO리그를 주름잡는 20대 어린 투수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다승왕 출신 곽빈을 비롯해 손주영, 송승기, 조병현, 소형준, 박영현, 김택연 등 수준급 젊은 영건들이 국제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오승환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이번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대표팀의 에이스는 또 류현진이었고, 불펜 믿을맨은 맏형 노경은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가장 승리가 필요한 조별예선 대만전과 1패면 탈락인 도미니카공화국과 8강전 선발투수로 류현진을 낙점했다. 그리고 위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어린 투수들이 아닌 노경은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야구의 씁쓸한 현실이었다.
[사진] 노경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별예선에서는 노장들의 투혼이 빛을 발휘했지만, 형님들 또한 우주 최강 도미니카공화국 타선은 버거웠다. 류현진은 1⅔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 노경은은 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2실점으로 무너졌다.
20대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 투수들의 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세이브왕 박영현이 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2실점으로 무기력하게 무너진 가운데 대표팀 투수들 가운데 가장 공이 빠른 곽빈은 연속 밀어내기를 헌납하며 승기를 내줬다. 곽빈의 경우 최고 157km 강속구를 앞세워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확실한 결정구 부재에 시달리며 볼을 남발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야구는 이번 대회도 류현진이었고, 노경은이었다. 젊은 국제용 투수 발굴에 실패한 류지현 감독은 “KBO리그에서 선발투수들이 각 팀에 보통 3~4명이 활동을 하고 있다.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이려면 수적으로 많은 선수들이 기회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확실히 국제대회 나왔을 때 대한민국 투수들이 구속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인데 이런 부분이 조금 더 학생야구부터 잘 차근차근 만들어져서 조금 더 경쟁력 있는 대표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희망이 있다면 젊은 투수들이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로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동주, 안우진, 원태인 등 다른 A급 투수들의 경우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날의 치욕을 발판 삼아 완전체를 이뤄 국제무대를 호령할 대한민국 마운드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