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골절 환자가 제때 수술받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잦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지난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과 연동된 중증도 산정 체계가 중증 정형외과 수술 공백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고관절 골절은 고령 환자에게 흔한 중증 질환이다. 수술이 늦어지면 폐렴·욕창·심혈관계 합병증 같은 2차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치료 원칙상 24~48시간 이내 수술이 권고된다. 고관절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도 약 20% 수준이다.
문제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고관절 골절 환자가 수술 가능한 병원을 곧바로 찾지 못하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학회는 기저질환이 많은 고위험 고령 환자의 경우 중환자 관리와 다학제 협진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정형외과 전문 인력 부족과 수술실 배정 축소로 즉각적인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최근 89세 여성 환자는 집 안에서 넘어져 고관절 골절을 입었다. 이 환자는 고혈압·천식·치매·심부전·신부전이 있었고, 심장 스텐트 시술 이력도 있어 마취와 수술 위험이 높은 상태였다. 처음 이송된 지역 중소병원에서는 중환자실과 협진 시스템이 있는 대학병원 전원을 권유했다. 그러나 여러 대학병원에 문의했지만 고관절·외상 담당 전문 인력 부족, 교수 사직에 따른 인력 공백, 정형외과 수술실 배정 축소, 대기 환자 누적 등으로 즉시 수술이 가능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학회는 이런 상황의 배경으로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과 연계된 중증도 산정 구조를 지목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진료질병군 비중을 최대 70%까지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암 수술 다수는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되지만, 정형외과의 고난도·고위험 수술 상당수는 이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학회 주장이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문진료질병군 중심으로 수술 구조를 재편하면서,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정형외과 수술방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특히 고관절 주위 골절, 악성 연부조직 종양처럼 실제로는 고위험·고난도 수술이지만 행정적 분류상 일반진료질병군에 포함된 사례는 제도적으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력 이탈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2024~2025년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지도전문의 873명 중 133명이 사직해 사직률은 15.2%였다. 지방 사직률은 19.1%로 더 높았다. 최근 4년간 충원이 사직을 웃도는 순증 흐름이 이어졌지만, 2024~2025년에는 처음으로 사직 인원이 충원 인원 78명을 크게 웃돌았다. 사직 인력의 평균 경력은 약 110개월로, 신규 충원 인력의 50~70개월보다 길어 숙련된 중견 인력 이탈이 두드러졌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향후 인력 수급 전망도 밝지 않다. 학회가 2월 9~10일 4년차 정형외과 전공의 134명을 조사한 결과, 장기적으로 대학교수를 희망하는 비율은 27%에 그쳤다. 대부분은 수술 병원 봉직의나 개원가를 선택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희망 세부 전공에서도 외상·골절 분야는 5%, 소아·종양 분야는 2%에 불과했다.
전공의 96%는 향후 수술 위주 진료를 희망한다고 답했지만, 수술 중심 진료를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로 수술 대비 낮은 수가, 의료사고·소송 위험 부담, 고난도 수술에 대한 보상 부족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정형외과를 필수의료 진료과로 인식하면서도, 제도적 보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응급·고난도 분야로 진입하기 어렵다고 본 셈이다.
소아 정형외과도 예외가 아니다. 학회는 소아 골절과 성장판 손상은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지만, 소아 정형외과 전담 교수가 부족해 수술을 맡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낮은 수가와 높은 응급 대응 부담 때문에 인력 유입이 쉽지 않은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제도 개선 과제로 실제 수술 난이도와 위험도를 반영한 중증도 산정 및 평가 체계 정교화, 정형외과 고위험·고난도 수술이 필수의료 체계 안에서 명확히 반영될 수 있는 정책 기준 마련, 상급종합병원이 고난도 정형외과 수술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합리적 보상 체계와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을 제시했다.
학회는 "초고령사회에서 고관절 골절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필수 수술 영역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수술 수행 역량 유지가 국민 안전망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15.2%에 이르는 교수 사직은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며 "중증 근골격계 질환 치료 접근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