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차량 내부에 밴 담배 냄새에 따른 ‘3차 흡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택시 기사가 흡연한 후 차량에 옮겨진 유해 물질은 1년이 지나도 남기 때문이다.
박희찬(30)씨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관악구에서 택시에 올랐다 코를 찌를 정도로 진한 담배 냄새를 맡았다. 택시 기사가 담배를 피우고 운전대를 잡았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비흡연자인 박씨는 “영등포구로 이동하는 30여분간 밀폐된 차량에서 담배 냄새를 맡아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지끈거렸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두 번 택시를 탄다는 박씨는 “택시에서 담배 냄새가 날 때마다 대중교통과 달리 자리를 옮기거나 도중에 내릴 수 없어 고통스럽다”고 했다.
택시 내 흡연을 법적으로 금지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택시 내 흡연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해가 갈수록 늘어날 뿐,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객자동차법에 따라 택시 운수 종사자는 승객 유무와 상관없이 차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서울시에서 택시 내 흡연으로 과태료 처분된 건수는 2022년 401건, 2023년 473건, 2024년 550건, 2025년 613건으로 증가 추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흡연 장면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 등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며 “실제 택시 내 흡연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택시 기사가 차량 내에서 흡연하거나 외부에서 흡연한 후 차량에 오르면 차량 시트나 대시보드 등에 담배의 유해물질이 묻게 된다. 유해물이 승객에게 호흡 등을 통해 유입되면 3차 흡연 피해가 발생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택시운전사 18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택시 운전사 흡연율 및 흡연행태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중 40.6%가 ‘흡연한다’고 밝혔고, 과거 흡연했다고 응답한 운전자는 41.2%였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흡연자 차량 내 니코틴 농도가 금연 1년 뒤에도 비흡연자 차량의 80배가 넘는단 해외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내부 세차를 해도 유해물질이 잘 빠지지 않아 영유아나 환자 승객이 탔을 때 3차 흡연 피해가 특히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비흡연자 승객들 사이에선 담배 냄새로 인한 불쾌감과 건강 피해를 막기 위해 ‘비흡연 택시’를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대구시가 운영하는 온라인 게시판 ‘토크대구’에는 “대구시의 공공형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대구로 택시’에 ‘비흡연 기사 차량 호출’ 선택지를 도입해달라”는 민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주일에 3~5번 택시를 이용한다는 비흡연자 여성 A씨(26)는 “택시 호출 앱에서 비흡연 기사의 차량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 매일 그 기능을 이용할 것”이라며 “앱에 기사의 흡연 여부라도 표시되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