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42)씨는 최근 60대 어머니의 요청으로 ‘알부민’ 영양제 2개월치를 30만원에 샀다. 어머니가 “간에 좋다고 홈쇼핑에 자주 나오는데 주변에서도 많이 먹더라”고 말해 큰맘 먹고 결제했다. 하지만 이후 김씨는 “먹는 알부민의 영양 성분이 계란 먹는 것만 못하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접하고 황당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부모님 건강 챙겨드리려고 비싼 돈 주고 샀는데, 이럴 수가 있나 싶다”고 했다.
홈쇼핑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이른바 ‘먹는 알부민’ 제품이 실제로는 계란 흰자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 성분의 일반식품에 불과한데도, 마치 간 기능 개선이나 기력 회복에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먹는 알부민은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이를 먹는다고 혈중 알부민 수치가 직접 올라가지는 않는다”며 “비싼 돈을 주고 살 만큼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최근 일부 ‘알부민’ 제품의 광고가 일반식품을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오인하게 하는 허위ㆍ기만 표시광고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했다. 소비자연맹에 따르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알부민 관련 상담은 2025년부터 올해 2월까지 226건이었다. 이 중 60세 이상 소비자가 59.4%를 차지했다. 김씨처럼 부모 건강을 걱정한 자녀들이 ‘효도선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고령층이 직접 광고를 접하고 구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홈쇼핑과 온라인 광고에선 “숙취 해소에 좋다” “간 기능이 떨어졌을 때 필요하다” “기력이 떨어진 어르신에게 좋다”는 식의 문구가 반복된다. 유명 의사가 출연해 알부민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사례도 많다. 한 달분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는 제품도 적지 않다.
알부민은 원래 간에서 만들어지는 혈장 단백질이다. 우리 몸의 삼투압을 조절해 혈관 안에 수분이 유지되도록 돕고, 호르몬이나 여러 영양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몸속 알부민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먹는 알부민도 같은 효과를 내는 것처럼 소비자를 혼동시키는 광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먹는 알부민이 인체에 해를 끼치는 식품은 아니더라도, 의학적 사실과 광고를 교묘히 섞어 소비자 기대를 부풀리는 방식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간학회 임영석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부민 제품을 먹는다고 몸에 알부민 성분이 그대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시중 제품은 사실상 단백질 음료에 가깝고, 그나마 단백질 공급량도 계란이나 고기 같은 음식 섭취에 못 미친다”고 했다. 임 이사장은 “표시성분 그대로 제조했다고 가정하면, 먹어서 해가 될 건 없지만 유효성이 전혀 없고 경제성도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중의 ‘먹는 알부민’ 제품은 대부분 달걀 흰자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넣은 혼합음료나 액상차 형태다. 이런 단백질은 위장관을 거치며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흡수된다. 결국 계란이나 고기, 우유 같은 음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송명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홍보이사)는 “알부민 수치가 떨어지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라기보다 간ㆍ신장질환이나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건강한 일반인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알부민 수치가 이상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알부민 영양제를 먹는다고 수치가 올라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 쓰는 의약품인 알부민 주사와 시중 제품은 전혀 다르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대목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알부민 주사제는 사람 혈장에서 알부민을 추출해 만든 의약품이다. 간경화 등으로 복수가 차거나 부종, 복막염, 쇼크 등 알부민이 실제로 부족해 보충이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투여한다. 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먹는 알부민’은 식품이다.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 기능이 좋지 않은 분들이 이런 제품을 먹는다고 해서 간 기능이 좋아지지 않는다”라며 “평소 고기나 계란을 잘 못 드시는 분이 단백질 보충 차원에서 먹겠다면, 말릴 수는 없겠지만 그런 경우에도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차라리 슈퍼에서 계란을 사 먹는 게 훨씬 낫다”며 “몸에 꼭 필요한 단백질은 일상적인 식사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수연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교수는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알부민 영양제 꼭 먹어야 하느냐’ 많이 물어본다. 그런 경우 계란이나 고기 같은 음식으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