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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돌려받을 수 있나"…韓 수출업체 6300여곳 '노심초사'

중앙일보

2026.03.14 14:00 2026.03.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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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으로 트레일러용 알루미늄 패널을 수출하는 A씨는 지난해 약 12만 달러(약 1억8000만원)의 상호관세를 부담했다. 통상 관세는 수입업체가 부담하지만, A씨는 현지 바이어 요구로 수출업체가 관세를 부담하는 ‘관세지급인도조건(DDP)’으로 거래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4월부터 상호관세가 적용되면서 ‘관세 폭탄’을 떠안게 됐다.

최근 미국 대법원이 상호관세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A씨는 2억원에 가까운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A씨는 “직접 환급 절차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아서 국내에서 환급을 대행해주는 관세법인을 찾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미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지난해부터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관세 환급 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이 아직 구체적인 환급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탓에 한국 수출업체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이 대미 상호관세 부담’ 6300여곳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 기업 2만6000여곳 가운데 DDP 방식으로 거래한 기업은 약 6300여곳으로 집계됐다. 4곳 중 1곳은 수출업체가 직접 관세를 부담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 지난해 4월 5일부터 10%를 부과했고, 같은 해 8월 7일부턴 15%로 인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도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글로벌 무역 거래는 일반적으로 수입업체가 관세를 부담하는 ‘본선인도조건(FOB)’이 많다. 하지만 현지 바이어가 수출업체에 관세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 DDP 조건으로 거래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상호관세 발효 이후 미국 현지에서 한국 수출업체에 DDP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환급 대행 업무를 진행하는 관세법인 커스앤의 박주형 대표는 “바이어들은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으니 DDP 조건을 요구하고, 갑을 관계에 있는 한국 수출업체는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으로 뷰티·식품 등 소비재를 수출하는 중소·중견기업일수록 DDP 거래 비중이 높다. 박 대표는 “소비재는 아마존 물류 서비스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출업체가 미국 내 물류창고를 이용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일종의 ‘위탁 판매’ 개념이기 때문에 관세도 수출업체가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입 신고자 확인, 현지 계좌 개설 등 우선”

문제는 CBP도 아직 구체적인 환급 절차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CBP는 최근 “45일 이내에 간소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CBP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제출한 서면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돌려줘야 하는 관세액은 총 1660억 달러(약 250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한국 수출업체들은 수입 신고서에 기재된 ‘수입 신고자(IOR)’가 누구로 등록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 수출업체가 관세를 부담했더라도 만약 현지 수입업체 명의로 IOR를 등록했다면 환급 신청이 어려울 수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DDP 조건이라도 관세를 부담했다는 것만으로 환급청구권이 자동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 수입 신고서(Entry Summary) 양식.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수입신고자(IOR)를 기재하는 칸이다. 사진 CBP
미국 내 사업자 계좌가 없다면 서둘러 개설해야 한다. CBP는 지난달 6일 모든 관세 환급을 종이 수표(check)가 아닌 전자 방식으로만 지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국내 중소 수출업체 중 미국 현지 사업자 계좌를 따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미 CBP 정산(liquidation)이 이뤄졌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통상 CBP는 통관일로부터 314일 전후로 정산을 진행하는데, 정산 이전이라면 사후정정신고(PSC)를 통해 상대적으로 간략하게 환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정산이 끝나 확정된 상태라면 이의신청(Protest)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복잡한 서류 제출이 필요한 데다 CBP가 최대 2년까지 절차를 끌어갈 수 있다. 수수료도 PSC는 건당 75~250달러 수준이지만, 이의신청은 건당 최소 2500달러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이마저도 정산 시점으로부터 180일이 지나면 아예 소송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차준홍 기자
미국은 지난해 4월 5일부터 한국에 상호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관세 부과 초기에 미국으로 수출한 화물은 이미 정산이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정산이 임박한 상황이라면 ‘정산일자 연장’ 요청을 시도해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1년 이내 단위로 최대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며 “물론 CBP가 거절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영세한 중소기업일수록 CBP 환급 절차를 단독으로 진행하기 쉽지 않다. 관세법인 등 대행기관 조력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관세사, 통관 대행사 등 제3자를 환급 수령자로 지정하면 환급액 대리 수령이 가능하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방식으로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 위헌 판결 이후 무역법 122조에 따라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150일 한시 조치인 만큼 오는 7월에 종료된다. 이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해외 시장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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