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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상황 외면 않겠다"…'마지막 공주' 34세 팔레비의 외침

중앙일보

2026.03.14 16:00 2026.03.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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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마지막 국왕인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손녀이자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사진 오른쪽)의 장녀인 누르 팔레비(34). 누르 팔레비가 이란 여자아이 멜리나 아사디(3)의 사진을 들고 있다. 여자아이의 사진 위에는 "이란 이슬람 정권에 의해 살해됐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아래에는 #FREEIRAN(이란을 자유롭게 하라)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란 정권은 평범한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 시민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위대를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니까요.”


‘이란의 마지막 공주로 불리지만 이란 땅을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는 여성’. 이란의 마지막 국왕인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손녀이자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의 장녀, 누르 팔레비(34)를 수식하는 말이다.

이란의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사진 오른쪽)와 그의 장녀인 누르 팔레비.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몰락한 왕조…마지막 공주가 외치는 이란 자유화


1979년 2월 11일, 이란 팔레비 왕가의 운명이 뒤집혔다. 이슬람 혁명으로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신정체제가 등장했다. 마지막 왕인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는 세계 곳곳을 떠돌다 이집트에서 사망했고, 망명 왕세자가 된 그의 아들 레자 팔레비는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했다.

팔레비 왕세자의 미국 망명 이후 태어난 누르 팔레비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미국에서 현재 이란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자 이란 마지막 왕조의 후손이란 영향력을 활용해 시위에 참가하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의 자유화와 민주화를 외친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미 조지타운대를 졸업한 뒤 현재 뉴욕에서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실상 미국인이지만, 자신의 뿌리는 이란에 닿아 있음을 보여주려는 행위다.



“팔레비, 이란계 미국인 수천명 시위 참석 이끌어”


누르 팔레비는 지난달 28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가 공습으로 사망하기 직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이란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히잡 시위를 지지하는 등 이전에도 이란 여성 인권 관련 목소리를 내왔으나, 최근 들어 활동 영역을 넓혔다.

팔레비는 지난달 21일 공개된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동에서 미군의 활동이 이란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하메네이 제거에 가까워졌던 적도, 정권이 이렇게까지 약해졌던 적도 여태껏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14일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반이란 정권 시위 연단에도 올랐다. 이날은 그의 아버지인 팔레비 전 왕세자가 ‘글로벌 행동의 날’이라고 선언한 날이다. LA는 ‘테헤랑겔레스(테헤란과 로스앤젤레스의 합성어로, LA의 대규모 이란계 이민 사회를 일컫는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 이란계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이날 연설에서 팔레비는 “오늘 시위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다. 한 나라가 스스로를 되찾겠다고 선언하는 순간”이라며 “이란 정권이 사용하는 가장 큰 무기인 공포는 더 이상 안 통한다”고 외쳤다. 시위를 조직한 이란계 미국인 활동가 아이다 몬파레드는 “팔레비 공주의 참석이 미국 전역에서 수천 명을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팔레비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와 샌프란시스코 시위에도 참여했다. 팔레비 전 왕세자도 1월에 워싱턴에서 이란 정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SNS에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등 이란 민주화와 자유화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누르 팔레비가 지난 2019년 촬영한 보그 아라비아 화보.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왕실 지지 낮아…“팔레비 영향력 상징적 수준일 듯”


다만 이들의 영향력은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 내 왕정 복귀 지지 여론이 제한적인 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막강한 영향력 등으로 신정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미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팔레비 전 왕세자와 그 딸이 최근 이란의 불안 속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 인물로 떠올랐다”면서도 “이들에 대한 이란 내 지지가 광범위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팔레비는 여전히 이란 신정 체제가 무너지고 가족의 고국인 이란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유롭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이란을 건설할 것이다. 이란을 되찾을 것이다”라며 “이란이 자유로워지는 순간, 우리 가족은 마침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수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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