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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소년 안은 김건희…“햅번 표절” 그 사진의 진실 [실록 윤석열 시대2]

중앙일보

2026.03.14 18:24 2026.03.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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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여사 라인’, 사진을 장악하다


2022년 6월 말이었다. 대통령실은 당시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그곳에서 업무를 보던 사진을 몇장 배포했다. (이하 경칭 생략) 그 사진 속 윤석열의 이미지는 해외 순방 중에도 긴요한 국정 사안을 처리하는 성실한 대통령, 그 자체였다.

그런데 눈 빠른 네티즌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윤석열의 앞에 놓인 모니터 화면에 글자가 단 한 자도 보이지 않았다. 모니터는 텅 빈 순백의 공간이었다. 의자에 앉아 보고서로 추정되는 서류를 들여다보는 사진에서도 서류가 온통 백지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 숙소에서 컴퓨터를 통해 업무를 보고 있다. 모니터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찍혀 논란이 일었다. 사진 대통령실

정적들은 맹공을 퍼부었다. 윤석열이 일하는 척 포즈만 취한 채 ‘사진 쇼’를 했다는 게 공세의 요지였다. 대통령실 홍보 관련 조직에서 사진 관련 업무를 맡았던 용산 참모 A의 해명이다.

" 그거 사실은 빈 모니터나 백지 서류가 아니었어요. 보안 때문에 일부러 글씨를 안 보이게 처리한 다음에 내보냈는데 그걸 언론이 잘 모르고 그렇게 쓴 거였어요. 물론 우리가 해명을 자세히 안 한 것도 문제긴 했죠. "

어찌 보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사안이다. 그러나 그 몇 건의 세심하지 못했던 사진 선택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A가 말했다.

" 원래 언론에 배포하거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사진은 우리가 골랐거든요. 그런데 그 사건 이후 모든 사진은 김건희 여사 관련 조직의 재가를 얻은 뒤에 배포하도록 바뀌었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

A가 한숨을 내쉬었다.

" 김 여사 사진이 더 많이, 더 예쁜 거로 노출되기 시작한 거예요. "

캄보디아의 ‘성모 김건희’, 정말 연출 사진이었을까

소년은 힘겨워 보였다. 축 늘어진 팔과 다리는 마른 나뭇가지인 양 앙상했다.

한 여성이 그를 보듬었다. 가부좌를 튼 다리 위에 소년을 얹은 채 쓰러질세라 왼팔로 지탱했다.

세월에 긁힌 듯 하면서도 의연히 제 색깔을 뽐낸 초록의 배경과 조연처럼 자리한 계집아이가 신비로움과 성스러움을 더했다.

화룡점정은 빛이었다. 때를 알고 거기 임해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뻗어내린 광선은 그 등장인물들을 돋을새김처럼 돋보이게 했다.

김건희 여사가 2022년 11월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가정을 방문해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소년 옥 로타를 안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그 장면이 한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주연은 김건희였다. 2022년 11월 12일 그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가정을 방문해 찍은 사진이 대통령실을 통해 공개됐다.

그건 선행의 순간이었다. 그때 김건희는 ‘신들의 사원’(앙코르와트) 행을 마다한 채 그 낮은 곳으로 임했다. 소년은 당시 14세이던 옥 로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그는 이미 한 차례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건강이 좋지 않았다. 추가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는 전날 헤브론 의료원에 가고 싶었다. 소아과 전문의 김우정·박정희 부부가 설립한 그 비영리 병원에 한국 대통령 부인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을 일으킬 기력이 없었다.

그 병원에서 로타의 사연을 전해 들은 김건희는 다음날 그의 집을 깜짝 방문해 소년과 가족을 격려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아예 다음 달 한국으로 초대해 수술까지 받게 해줬다.

그러나 이 선행은 뜻밖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정적의 비난을 불러왔다. 바로 그 사진 때문이었다. 선봉장은 장경태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해당 사진을 김건희 홍보용 ‘빈곤 포르노’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인공 조명을 설치해 찍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 사진의 표절판 아니냐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이 1992년 소말리아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인생 후반부에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맡으며 봉사활동에 주력했다. 유니세프 홈페이지 캡쳐

그 주장은 사실이었을까. 김건희는 아프고 가난한 제3세계 아동을 소품 삼아 홍보용 연출 사진에 몰두했던 걸까. 진실을 아는 이가 입을 열었다. 윤석열 정부 공식 사진사인 김용위 전 대통령실 미디어총괄팀장이다.

" 제가 그걸 찍은 후배에게 물어봤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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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현일훈.박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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