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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면 돈벼락" 추적기 끄고, 위장도…목숨 건 호르무즈 항해

중앙일보

2026.03.14 22:00 2026.03.1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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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태국 화물선 ‘마유리 나리’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화염에 휩싸여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미국과의 전쟁 직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세계 에너지 동맥’ 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위협은 현실이 됐다. 14일(현지시간)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최소 17척의 선박이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등의 공격을 받았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며 이곳을 ‘적군의 욕조’로 만들고 있다. 해운 관계자 사이에서 위험하고 긴장감이 높은 해역을 일컫는 은어다.


하지만 이 와중 에도 목숨 걸고 적군 욕조를 통과하는 상선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급등한 물류 운송료 특수를 누리려는 시도다.


해운 전문 데이터 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와 마린트래픽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후 그리스 선박 최소 10척, 중국 선박 최소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들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꺼 위치를 숨기거나 한밤중에 운항해 IRGC 위협을 피하려 했다.




“성공하면 돈벼락” VS “선원 생명 건 도박”

1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 인근 항구에서 유조선 2척이 이란 선박 추정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모습. 이날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취임 후 낸 첫 메시지를 통해 “호르무즈해협을 계속 봉쇄해 적을 압박해야 한다”며 “걸프국을 계속 공격해 미군기지를 즉시 폐쇄하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선주들의 목숨 건 항해는 전쟁 직후 천정부지로 오른 물류 운송료 이득 때문이다. 보험료와 선원 임금도 높아졌지만, 위험천만한 항해를 한 번만 성공하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로이터는 “유조선 소유주의 일일 평균 수익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라며“일부 선박 소유주는 용선료로 하루에 50만 달러(약 7억5000만원)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스티븐 코튼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에 선원을 보내는 건 실제 전쟁터로 보내는 것”이라며 “선원들의 생명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아직 이란군의 선박 위협을 막아낼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필요할 경우 미 해군이 선박 호위를 제공할 것이라며 “용기를 내 통과하라”고 했지만, 막상 호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5개국에 군함을 호르무즈 해협에 보내라고 요청했을 뿐이다.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에 대기 중인 유조선과 화물선의 모습. AP=연합뉴스
이에 일부 선박은 ‘중국 선박’으로 위장하는 방식으로 해협 통과를 시도 중이다. AIS 목적지란에 ‘중국인 선주’ ‘중국인 선원 탑승’ 등의 문구를 기재하는 식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고객이다. 이러한 중국 소속 선박임을 강조해 공격을 피해 보려는 수법이다. 실제로 이란은 중국 위안화로 거래되는 원유를 실은 선박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란과 우호 관계인 인도 배도 통과가 이뤄졌다. 인도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시발릭’호가 최근 자국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고, 또 다른 인도 LPG 운반선 ‘난다 데비’호도 조만간 해협을 통과할 예정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최근 인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LPG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지난 12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2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전화 통화해 에너지 수송문제를 논의했다. 이후 예외적으로 인도 LPG 선박의 통과가 이뤄진 것이다.




이란, 낚싯배 위장 ‘벌떼 수상 드론’ 공격

지난해 12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이란 남부 해역에서 무장한 수상보트를 통한 해상 훈련을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이란은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위협적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이 낚싯배로 위장한 소형 무인선(드론 보트)에 폭발물을 실어 무더기로 투입하는 ‘벌떼 작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공격 중이라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이란은 드론 보트를 한꺼번에 최대 수십척을 보내 자살폭탄 공격을 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오만 인근 해역에서 마셜 제도 국적 유조선이 이란의 수상 드론에 피격당했다. 지난 11일에도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 두 척이 이란이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원격 조종 선박의 공격을 받았다.


드론 기술 기업 드라간플라이의 캐머런 첼 최고경영자(CEO)는 폭스뉴스에“이란인들은 배를 어선으로 위장할 수도 있고, 어떤 형태의 선박이 될 수도 있다”며 “(미군이) 전파 방해나 추적하는 게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런 배가 50척이나 있다면 해안선을 따라서 폭발물을 가득 실은 약 6m 크기의 목조 어선을 찾아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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