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구한 가운데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아직 미국의 공식 요청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일본·영국·프랑스·중국 등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국가들이 항로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협 봉쇄 가능성과 선박 공격 위험을 거론하며 다국적군 형태의 선박 호위 작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국의 공식 파병 요청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군 소식통은 15일 “현재까지 미국에서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군함 파견을 요구한 만큼 조만간 정부 간 요청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 안팎에서는 실제 파병이 이뤄질 경우 국회 동의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아덴만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파견된 부대로, 임무 지역이 아덴만 일대로 한정돼 있다. 다국적군 형태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에 참여할 경우 임무 성격이 달라져 별도의 국회 비준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파병 반대 입장을 잇따라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국제법상 침략 범죄”라고 규정하며 “한국이 대이란 군사 행동에 동참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침략 전쟁 부인 원칙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또 “유엔 헌장이 규정한 무력행사 요건에도 반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상 의무와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한국군이 군사 행동에 참여할 경우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군사력은 중동 전장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유지에 우선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별도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해상 안전 협력이라는 명분 아래 미국의 전쟁 확대 전략에 편입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파병을 결정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사회 연대단체인 시민평화포럼 역시 “청해부대 이동은 검토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아덴만 이외의 분쟁 지역, 특히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위한 호르무즈 해협 파견은 국회가 동의한 임무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이란은 해협 일대에 기뢰를 설치하고 일부 선박 공격이 발생하는 등 긴장이 높아진 상태다.
정부는 중동 정세와 미국의 요청 여부, 국회 동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