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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초 절반 이상 영유 다녔다…부모들 “노후보다 자식 사교육”

중앙일보

2026.03.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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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한 영어유치원. 연합뉴스
서울 강남·서초구에 거주하는 학부모의 절반 이상이 자녀를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보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북·중랑 지역은 10%대에 그쳤다. 사교육 격차가 지역에 따라 뚜렷하게 갈린 셈이다. 또 서울 학부모 절반가량은 노후 준비가 어려워지더라도 자녀 사교육비를 줄이지 않겠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교육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학부모 1만1941명, 학생 9006명, 교사 4540명 등 총 2만5487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서울 학생 열 명 중 여덟 명(82.6%)이 사교육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 90.7%, 중학교 89.8%, 유치원 75.4%였다. 지역별 사교육 참여율은 강남구가 94.1%로 가장 높았고 종로구가 79.8%로 가장 낮았다.


강남·서초 지역은 과반수가 영어유치원에 보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강북 지역은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 서울시교육청
특히 영어유치원 이용 경험에서 지역별 격차가 컸다. 서울 유·초·중 학부모의 29%는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거나 보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서초구(56.0%)와 강남구(52.5%)는 절반을 넘은 반면 중랑구(13.7%)와 강북구(14.7%)는 10%대에 그쳤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 격차가 지역에 따라 유아기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사교육 진도가 학교 진도보다 빠르다고 응답한 6594명 중 4781명(45%)이 한 학기 이상, 1859명(18%)이 1년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자료 서울시교육청
선행학습도 ‘학군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진도가 학교 수업보다 빠르다고 답한 비율은 62%였다. 45%는 한 학기 이상, 18%는 1년 이상 앞서 학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이 중학교 과정을 미리 배우는 등 학교급을 넘어 선행학습을 한다는 응답도 9%였다. 이 비율은 강남구(19.5%), 양천구(16.8%), 서초구(15.8%) 등에서 높았고 종로구(3.6%), 중구(3.5%) 등에서는 낮았다.


서울 초중고 교사들은 선행학습 사교육이 학생들의 학습 흥미와 호기심을 떨어트리고 학습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응답했다. 자료 서울시교육청
교사들은 선행학습이 학교 수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선행학습이 학생의 흥미와 호기심을 떨어뜨린다는 응답은 초·중학교 53%, 고등학교 49%로 나타났다. 또 사교육으로 인한 학생의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자주 본다고 답한 교사 비율은 초등학교 34.2%, 중학교 61.4%, 고등학교 63.0%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높아졌다.


그럼에도 학부모의 절반가량은 노후 준비를 희생하면서도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응답자의 34%는 ‘노후 준비와 관계없이 지금과 같은 사교육비 지출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더 늘릴 계획’이라는 응답도 15%였다. 노후 준비와 사교육비를 균형있게 지출하고 있다는 응답은 41%였다.

서울 학부모 응답자 중 49%가 본인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더라도 자녀의 사교육비를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자료 서울시교육청

서울 서초구의 한 유치원생 학부모 이모(35)씨는 “공교육만으로는 불안해 사교육을 끊을 수가 없다”며 “사교육비와 집 대출 등을 감당하다 보면 노후 준비는 아직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서울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6만3000원으로, 전국 평균(45만8000원)보다 20만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 유아 대상 학원의 레벨테스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학원법 개정을 제안하고,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방과후 교육비를 학생 1인당 연 50만원 지원할 계획이다. 또 고액 입시 컨설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로·진학 상담 인력을 기존 200명에서 300명으로 늘려 맞춤형 상담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후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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