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ㆍ드라마 등 영상 콘텐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작품 인기가 지역 경제로 이어지는 ‘K-콘텐트 낙수효과’를 선점하려는 자치단체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치단체는 단순 촬영 장소 제공을 넘어 제작 지원과 촬영지 복원 등에 나섰다. 또 흥행에 성공한 영화 관련 유튜브 등 영상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단종문화제, 유배지 들어가는 행사 신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 촬영지가 있는 강원 영월군은 다음 달 24~26일 개최하는 단종문화제에 단종과 정순왕후 송씨의 못다 한 인연을 기리는 국혼(國婚)과 단종이 유배지인 청령포로 들어가는 모습을 재현하는 행사를 신설했다. 이어 개막 첫날인 24일 왕사남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을 초청해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 ‘창작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단종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특강을 연다. 단종문화제는 1967년부터 열리고 있는 영월의 대표 축제다.
강원 영월군은 방문객으로 연일 북적인다. 15일 영월군에 따르면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와 묘역인 장릉을 찾은 방문객은 이달 초 11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연간 총관람객 수 26만3327명의 41%에 해당한다. 단종 인기에 지역 상권 역시 단종이 즐겨 먹었다는 어수리 나물 정식과 메밀전병, 올챙이국수 등 향토 음식을 즐기려는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영월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얼마 전 연휴 때역대급으로 손님이 몰렸다”며 “영화의 영향력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왕사남'은 15일 오전 9시 기준 관객 1300만명을 돌파했다.
대구 군위군은 다음 달부터 ‘군위시티투어’ 코스에 유배생활을 하는 단종 곁을 지킨 엄흥도의 묘소(산성면 화본리)를 포함시켰다. 군위군은 10여년 전부터 엄흥도 묘 일대를 정비하고 진입로 데크와 안내 팻말을 설치하는 등 관광자원화 사업을 해왔다.
이와 함께 세종대왕자 태실이 있는 경북 성주군, 생육신 원호의 충절이 깃든 관란정이 위치한 충북 제천시, 단종의 시신을 거둔 엄흥도를 기리는 울산 울주군의 원강서원도 재조명받고 있다.
한명회 유튜브, 조회 수 31만
재치 있는 홍보 영상으로 관심을 끄는 지자체도 있다. 충남 천안시는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등장하는 한명회를 알리기 위해 58초 분량의 유튜브를 제작했다. 유튜브에서 천안시는 “천만 영화가 탄생하고 영월이 아주 Hot(핫)해졌어요. 천안시 알려야 해서 숟가락 얹어볼게요”라며 “우리도 있어요. 극 중 인물 중 한 분의 묘소가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속창리에 있는 한명회 묘역 사진을 공개했다.
천안시는 “그런데 천안은 그분 관련 문화제나 축제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냥 지나가시다가 보셔라”라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며 한명회 묘역이 보이는 위치를 공개했다. 이어 “주변에 천안 시민분들이 생활하고 있으니, 소리는 지르지 말아달라”는 농담 섞인 부탁을 했다. 이 유튜브 동영상은 15일 현재 조회 수 31만회를 넘었다.
천안시는 "한명회 가문에서 명당을 고르다가 이곳에 묘지를 쓴 것 같다"고 전했다.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여러 차례 한명회 묘소를 찾은 천안시청 공무원들은 “묘 위치가 좋은 곳에 있고 보존관리도 잘 돼 있다”며 “전망이 탁 트여 있어, 한눈에 딱 명당으로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명회(1415~1487)는 조선 전기 수양대군(세조)의 왕위 등극을 도와 권력을 누렸다. 영화 ‘왕사남’에서는 단종의 유배와 죽음에 일조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배우 유지태가 한명회 역할을 맡았다.
영상 효과 증명되자 1억원 지원하기도
영상 콘텐트 제작 지원과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지자체도 있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괸당’이 제주도에서 촬영을 시작하자 제주도는 행정 지원은 물론, 제작진 체류비 등 최대 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영화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영화 ‘국제시장’, ‘변호인’, ‘응답하라 1997’ 등의 배경 촬영 장소를 주제로 한 ‘부산 무비 투어’ 상품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는 드라마 ‘우주를 줄게’ 제작에 참여해 지역 명소인 황산공원을 노출했고, 경남 합천군은 방탄소년단(BTS) RM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황매산 군립공원 정상부(1108m)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글로벌 팬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