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⑪=승부는 마지막을 향해 숨 가쁘게 나아간다. 백 대마는 두 집이 없고 그 백을 공략한 흑은 백에게 포위됐다. 흑에 암운이 덮이는구나 싶었지만, 목진석 9단은 흑1, 3으로 따내며 끈덕지게 버틴다. 가만 보니 좌상 백도 두 집이 없다. 흑과 수상전이다. 수상전이란 어느 한쪽이 죽는다. 제3의 길인 ‘빅’도 있다. 지금은 빅이 되면 백 대마가 두 집이 없는 상태여서 백이 모조리 죽게 된다. 빅은 다시 말해 흑 승이란 뜻이다.
◆실전 진행=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짙은 안개 속에서 서서히 윤곽이 드러난다. 수상전은 놀랍게도 흑 승이었다. 목진석은 특유의 감각으로 패망선인 1선을 기어 나갔는데(흑4, 6) 이 수가 수상전을 승리로 이끈 묘수였다. 흑12에서 펑리야오는 항복했는데 계속 더 두면 이 수상전은 빅이 된다. 백이 전멸한 것이다. 오랜 국가대표 감독을 마치고 선수로 돌아온 목진석은 45세의 나이에 멋진 바둑을 보여줬다.
◆참고도=1선을 기지 않는 평범한 수상전은 흑이 진다. 흑1로 집을 내면 백도 2로 집을 낸다. 그다음 3으로 막고 5로 파호하면 평범한데 이 그림은 흑의 한 수 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