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사무라이 재팬’ 일본 야구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8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본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8강전에서 5-8로 졌다. 경기 초반까지 5-2로 앞섰지만, 중반부터 연거푸 실점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WBC에서 일본이 4강 이상에 오르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일본은 앞선 2023년 대회에서 통산 세 번째 정상을 차지했던 터라 이번 패배가 더욱 뼈아프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2연패를 목표로 정한 사무라이 재팬이 8강에서 멈춰 섰다. 이제 내년 열리는 프리미어12에서 2028 LA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2009년 4강이 최고 성적인 베네수엘라는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물리치며 사상 첫 결승행 가능성을 높였다.
초반 흐름은 치열한 홈런 공방전이었다. 베네수엘라 간판타자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1회초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선두타자 홈런을 뽑았다. 일본도 곧장 반격했다. 최고 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1회말 똑같이 선두타자 아치로 응수했다. 1회초와 말에 나란히 선두타자 홈런이 나온 건 대회 역사상 처음이다.
베네수엘라가 2회 에세키엘 토바르와 글레이버 토레스의 연속 2루타로 추가점을 뽑자 일본은 1사 1, 2루에서 사토 데루아키의 우전 2루타로 2-2 동점을 만든 뒤 모리시타 쇼타의 좌월 3점홈런으로 스코어를 5-2로 뒤집었다.
중반 이후 베네수엘라의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5회 마키엘 가르시아의 2점포에 이어 6회 와일러 아브레우가 오른쪽 관중석 상단을 때리는 대형 3점포를 터뜨려 7-5로 역전했다. 베네수엘라는 8회 쐐기점을 추가한 뒤 9회 일본 마지막 타자로 나선 오타니를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승리를 확정했다. 2와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승리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키움 히어로즈(2024년)와 KT 위즈(지난해) 유니폼을 입은 KBO리거 출신이다.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주목 받은 오타니는 목표로 삼은 대회 2연패의 꿈을 일찌감치 접었다. 3년 전 미국과의 결승전에선 상대 마지막 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포효했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로 마지막 타자로 나와 아웃되며 고개를 떨궜다.
오타니는 경기 후 “정말 분하다”면서 “전반적으로 밀린 경기는 아니었다. 이길 수 있는 기회도 많아 더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제 WBC가 끝났지만 국가대표로서의 일정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대표팀 동료들과도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여 설욕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사령탑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은 “졌다는 것이 현실이다. 각국이 힘을 기르고 있는 만큼, 일본도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WBC에서 돌풍의 팀으로 주목 받는 이탈리아는 8강전에서 푸에르토리코를 8-6으로 물리치며 4강 고지에 안착했다. 포수 마스크를 쓴 J.J. 도라지오가 3타수 1안타 3타점으로 활약해 이탈리아 최초의 대회 4강행을 이끌었다. 베네수엘라와 이탈리아가 맞붙는 준결승전은 한국 시간으로 17일 오전 9시 열린다. 하루 앞선 16일 오전 9시에는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이 결승행을 놓고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