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주 ‘민족단결진보 촉진법’을 통과시켰다. 중화민족공동체 의식을 법률 차원에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중화민족공동체 의식이란 한족(漢族)과 55개 소수민족이 공동으로 중국의 영토를 개척하고 문화를 창조하며 역사를 써왔다는 걸 말한다. 소수민족 이탈을 막으려는 중국의 속내가 읽힌다. 한데 중화민족 단결에 대한 도전은 소수민족이 아니라 오히려 한족에서 비롯되는 모양새다.
중국 당국이 얼마 전 한족 중심의 ‘1644년 역사관’을 단속하느라 무진 애를 썼으니 말이다. 이 역사관은 중국 근현대의 낙후와 굴욕을 모두 명이 망하고 청이 등장한 1644년으로 돌린다. 20세기 초 중화민국 시기 처음 등장한 역사관으로 제국의 붕괴와 민족의 위기를 명·청 교체에서 찾으려 했다. 명은 문명의 꽃을 피웠으나 청은 무능한 통치로 중국의 몰락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그런 논리가 21세기에 다시 나타났다. 그 결과 중국 TV에 나와 청사를 강의한 학자는 청을 아름답게 말했다는 이유로 구타당하고 온라인에선 명을 애도(哀悼)하는 도명(悼明) 문학이 유행한다. 소수민족에 주는 대학입시 가산점을 취소하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만주족 연예인에겐 욕설이 가해진다. 청나라 강역을 물려받은 신중국으로선 정체성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 밍펀(明粉, 명나라 팬)의 온라인 계정을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가 주목할 건 왜 지금 중국에서 ‘청 타도, 명 부활(反淸復明)’의 구호가 소환될까 하는 점이다. 강렬한 애국심 표출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그보다는 현실 세계의 압박에 대한 감정 해소라는 설명이 더 눈에 띈다.
구하기 힘든 일자리,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 등 극도의 사회적 압력 속에서 곧 폭발할 것 같은 분노의 에너지를 터뜨릴 창구로 1644년 역사관이 등장했다는 이야기다. 꼭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