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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의 마켓 나우] 전쟁보다 에너지 체력이 증시를 갈랐다

중앙일보

2026.03.1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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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최근 글로벌 증시는 이번 중동 전쟁의 성격과 영향을 거울처럼 투영한다.

이란 공습 직전인 지난달 27일부터 공포가 극에 달한 초기 6거래일 동안 주요국 지수를 보면 흥미로운 대비가 나타난다. 하락률 1위는 한국 코스피(-16%)였고 일본 닛케이(-10.4%), 대만 자취안(-9.3%), 인도 센섹스(-4.6%)가 뒤를 이었다. 반면 미국 S&P500과 상해종합지수의 하락 폭은 각각 -1.6%에 그쳤다.

연초 대비 50% 급등했던 우리 증시의 가파른 되돌림은 예견된 흐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각국의 낙폭 차이는 단순히 ‘이전의 상승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이면에는 ‘에너지 자급률’이라는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자급률은 100%에 달하며 중국 84%, 인도는 65%다. 반면 한국(20%)과 일본(15%)은 크게 낮고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한다. 이란발 유가 폭등 악재를 우리 증시가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 셈이다. 중국 역시 수입 원유의 절반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만, 높은 자급률과 이란의 원유 공급 지속 덕분에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전쟁 당사국이지만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주가가 견조했던 것도 당연한 결과다.

김지윤 기자
결국 가파른 상승에 낮은 자급률, 과도한 중동 의존도라는 삼박자가 맞물리며 한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뼈아픈 지정학적 피해국이 되었다.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에너지 믹스의 취약성을 재확인시켰으며, 중장기 에너지 안보 과제를 점검해야 한다는 준엄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다시 시장으로 돌아와 보자. 전쟁이 일단락되고 유가가 안정을 되찾는다면, 낙폭이 컸던 한국·일본·대만 증시의 상승 탄력은 그만큼 강할 것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잦아들면 유가와 환율이 함께 안정될 것이므로, 낙폭이 컸던 증시일수록 반등도 셀 것이다.

주가의 변동성은 비대칭적이다. 하락 국면에서 공포가 결합해 변동성이 더 커진다. 단기 급등 후에는 소외에 대한 두려움(FOMO)으로 유입된 자금과 차익 실현 매물이 뒤엉키며 ‘군집 효과’가 나타난다. 다만 이번 급락으로 증시 수급이 ‘강제적으로’ 가벼워진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큰 움직임 뒤에는 항상 또 다른 큰 움직임이 뒤따른다. 최근 유가 폭등으로 하락 변동성을 온몸으로 감당한 코스피가 반대로 거센 상승 변동성을 동반하며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지 주목할 시점이다.

그 시점은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에 달려 있다. 다행인 점은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다. 해협 봉쇄 장기화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미 집권당의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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