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4일 ‘600㎜ 초정밀다연장방사포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하면서 “420㎞ 사정권 안에 있는 적들에게는 불안을 줄 것”이라며 한·미를 향해 위협 수위를 높였다. 한·미 군사훈련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에 견제구를 날리는 동시에 주한미군 방공 자산의 중동 차출이 거론되는 상황을 이용해 남측 사회에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15일 전날 인민군 서부지구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격 타격훈련이 진행됐으며, 훈련에는 600㎜ 초정밀다연장방사포 12문과 2개의 포병중대가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딸 주애와 함께 훈련을 참관했다. 신문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 12대가 길게 늘어서 일제히 포탄을 발사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방사포탄은 364.4㎞ 계선의 동해 섬 목표를 100%의 명중률로 강타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사격훈련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오늘 훈련의 목적은 군대가 자기 할 일을 하게 하자는 데 있는 것뿐”이라면서도 “우리에 대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는 세력 즉 420㎞ 사정권 안에 있는 적들에게는 불안을 줄 것이며 전술핵무기의 파괴적인 위력상에 대한 깊은 파악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420㎞ 사정권’과 ‘전술핵’이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해당 무기가 대남 타격용이자 전술 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평택·오산·군산을 비롯한 주한미군의 주요 비행기지와 한국군의 비행시설을 타격권 내에 두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김정은이 “이 무기가 사용된다면 타격 범위 내에 있는 상대 측 군사 하부구조(군 작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프라)는 절대로 견뎌내지 못한다”면서 “외세의 무력 도발과 침공을 예방하지 못할 경우 이 방위 수단들은 즉시 제2의 사명 즉 거대한 파괴적 공격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군 당국은 이번 훈련에 동원된 방사포는 9차 당대회 직전인 지난달 18일 증정식을 열었던 신형 600㎜ 대구경방사포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발사 충격으로 인한 흔들림을 최소화한 5연장 차륜형 발사대(TEL)를 선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발사대의 안정성을 개선하고 직립 시간도 1분 미만으로 단축해 신속한 방열과 사격 후 이동이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훈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 관심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뤄졌단 점에 주목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민석 국무총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김 총리와 만나 “나는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미국이나 나와 대화를 원하는지 궁금하다”고 김 총리의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한 이면엔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부정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면서 “김 총리가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해 몇 가지 얘기를 드렸다라고 언급한 대목은 김정은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