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전 세계적인 오일 쇼크를 초래하고 있다. 이 전쟁이 왜 발발했는지, 안 그래도 위태로운 글로벌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당사국이 아닌 중국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공격한 이유 중 하나가 석유 수입이 많은 중국을 공략하기 위함이라는 논리 때문이다. 황사와 미세먼지, 태양광 패널 덤핑만 떠오르는 중국의 에너지 섹터는 안녕한가.
소비 석유의 70% 수입하지만
전력생산 자립도는 매우 높아
에너지 섹터, 딥시크 도입 집중
2035년 핵융합 상용화도 노려
기술별로 탄탄한 에너지 생태계
중국이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인 것은 사실이다. 소비하는 석유의 70%를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에너지원 중 가장 큰 비중인 전력 생산에는 석유를 쓰지 않는다. 전체 전력 생산의 40%를 태양광·풍력·원자력 등 청정에너지를 통해 충당하고 있으며, 60%는 자립도가 높은 석탄 화력발전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즉, 가장 많이 쓰는 에너지원의 자립도가 매우 높다. 놀라운 부분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 국가이자, 지난해 약 3조7700억 달러(약 5600조원)의 수출을 기록한 무역 대국이라는 점이다. 끊임없이 생산 규모를 늘리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총 탄소 배출량은 2025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여러 정치·경제·안보적인 이유로 석탄 발전의 규모를 줄이지 못하고 있음에도 풍력·태양광·수력·원자력 등 청정에너지 발전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여 나가고 있다. 이는 청정에너지 기술별로 탄탄하게 구축된 자체 생태계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보여주는 에너지 굴기와 녹색 제조의 성공 요인은 에너지 믹스에 대한 높은 이해, 그리고 일관적인 에너지 정책이 결합한 결과다. 2010년부터 태양광·풍력터빈 기술을 확보하고 생태계를 구축했다. 배터리 기술 개발도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모듈, 풍력 터빈, 배터리셀의 약 80%를 생산하는 압도적인 공급망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개별 기술 또는 산업별 추격만 성공한 줄 알았는데, 신재생 에너지와 배터리가 연결되면서 세계 최고의 성능과 경제성을 보유한 풀스텍(Full-Stack) 에너지 인프라가 탄생했다. 이는 컴퓨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반도체 못지않게 중요한 핵심 인프라가 되어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AI 데이터센터 전기요금 보호 서약’을 통해 빅테크에게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도록 요구했는데, 결국 중국의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핵융합발전 개발도 세계 선두 중국의 체계적인 원자력 플랜트 기술 발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은 기술의 복잡도가 매우 높고 자본 투입 규모가 크며, 소수의 공급자와 구매자를 보유한 복합제품 시스템이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원자력 플랜트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우주 산업을 키우듯 주요 원자력 플랜트 핵심 기술과 부품의 자립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프랑스 국영기업 EDF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광핵그룹이 영국 힌클리포인트C 원전에 33.5%의 지분을 투자하며 선진국 원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일대일로를 비롯한 자국 주도의 메가 프로젝트를 매개체로 아세안·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에 원자력 플랜트 수출도 공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차세대 원전 기술은 각 타입별로 에너지 특화 대학과 연구소로 구성된 대형 연구 그룹들이 원천기술과 사업화에 몰두하고 있다.
핵융합 실험장치인 EAST의 기세도 무섭다. 2023년 403초였던 플라즈마 유지 기록을, 불과 2년 만인 2025년 1월 1066초로 늘리며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를 발판 삼아 2035년 핵융합 상용화라는 목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섹터에도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일찍부터 바이두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을 자국 화력발전소에 도입했지만, 2025년 1월 딥시크 쇼크 이후, 중국 정부는 전무후무한 속도로 딥시크를 공공영역에 도입했다. 그중 가장 빠르게 도입된 영역이 에너지 섹터인데, 주요 에너지 국유기업부터 지방의 에너지 공기업까지 몇주 사이로 앞다퉈 딥시크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원자력·수력·화력·신재생 에너지까지 모든 발전 과정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에너지 생산 효율을 높이고 그동안 해결하기 어려웠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우리도 에너지 믹스 고도화 서둘러야 지난 15년이 중국이 주요국의 선진 에너지 기술을 추격하고, 대외 의존도를 완화해 나가는 과정이었다면, 현재 그리고 앞으로 10년은 차세대 에너지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중국의 에너지 굴기는 늘 그렇듯 세부 프로젝트와 전체적인 에너지 믹스의 생태계 단에서 더 공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석유의 대체 확보 루트를 모색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심층적인 전동화와 기술 혁신을 통한 통합적 에너지 자립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중국 못지않게 높은 제조업 비중을 가진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의 50% 이상을 석유에 의존한다. 우리의 최종 병기인 반도체·자동차·가전·AI는 수입한 화석연료로 생산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안보적으로도 훨씬 취약하다. AGI(범용인공지능)와 피지컬 AI 강국 도약을 위한 우리의 에너지 전략은 안녕한가. 보다 전략적인 전동화 그리고 에너지 믹스 고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