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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칼럼] SNS 대통령에 관한 단상

중앙일보

2026.03.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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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대기자
최근 한국 정치의 흥미로운 새 현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재명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 소통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2010년대 초반 성남시장 시절부터 페이스북을 활용해 온 얼리어답터 대통령이다. 집권 이후엔 X(옛 트위터)를 메시지 도구로 즐겨 사용 중이다. 최근엔 숏폼(짧은 영상) 주축의 틱톡까지 가입, 18~34세 사용자가 61%인 이 젊은 SNS 플랫폼도 개척했다. M세대(1981~1996년생)와 Z세대(1997~2012년생)에까지로 연결망을 전방위 확장 중이다. 극우의 향수에 젖은 보수 유튜버들의 가두리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국민의힘과는 다른 길이다.

이재명 대통령 SNS 메시지 급증
뉴미디어 시대 소통 장점과 함께
숙의 기능 건너뛸 부작용은 우려
심야시간 발신은 실패 가능성 커

대통령의 직접 소통은 권력 감시(watchdog)가 본분인 기존의 신문·방송 등 전통 언론과의 갈등, 불만에서 시작된 측면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나는 성벽에 갇혀 언론들로부터 늘 공격을 받고 있다. 내 우군이라곤 오마이뉴스밖엔 없는 것 같다”는 소회를 자주 드러냈었다. “끝까지 우리가 살길은 우리가 찾자. 출구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되뇌었고, 그 출구가 성 밖 저잣거리와의 인터넷 소통이었다. 소셜미디어 마니아인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거치지 않고, 시민들과 직접 소통할 소셜미디어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 여기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위팅은 타이프라이팅 같아서 내가 하면 즉각 TV 뉴스가 방송하더라”고 했다. CNN·뉴욕타임스 등 비판적 언론을 우회한 소통의 스피드를 무기로 삼은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해 대선 중 “SNS를 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 없었으면 제가 살아남았겠느냐”며 “(일부) 언론들의 왜곡, 가짜 정보로 옛날에 가루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살아 있는 이유는, 아무리 왜곡해도 (일부 언론의 공격이) 안 먹히는 건, 제가 직접 소통하기 때문”이라며 “이게 제 목숨줄이다”라고 언급했었다.

대통령의 직접 소통은 물론 뉴미디어 시대에 순방향 장점을 지닌다. 정책 추진력을 높이려는 대통령의 직접 설득은 개인 카리스마에만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현대적 대통령의 장점이 될 수 있다. 과거엔 대통령 심기를 먼저 감지하려는 참모들과 언론의 역할이 중요했다. ‘문고리 권력’의 힘이 막강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최고지도자의 직접 소통 시대는 이런 구도를 무너뜨리고 있다. 전통 언론이 수행해 왔던 어젠다 세팅의 기능 역시 이제는 SNS상에서 형성된 어젠다를 전통 언론이 받아서 보도하는 ‘역(逆) 어젠다 세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전통 언론들로선 팩트의 정확성, 전문적인 심층 분석과 새 관점이라는 생존의 과제를 안게 됐다. 대통령의 최측근 역시 ‘문고리’ 대신 SNS로 대체된 시대다.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최종 답안’인 오랜 문화 때문이다. 행정 부처나 홍보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의 사전 논의, 토론, 검증 등의 과정이 대통령의 ‘소통 속도’에 밀려 부실해질 수가 있다. ‘설탕세 도입’ 제안 등과 함께, 이 대통령의 X를 보지 않고는 부동산 정책 방향을 알기 어렵도록 메시지가 쏟아진 지난 두 달이다. “버티는 게 이익이 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 “주가 조작 패가망신” 등에 더해 야당 측에는 “말 배우는 유치원생 같다”며 표현의 톤 역시 상승해 왔다. 며칠 전엔 “(석유 최고가격제를) 어기는 주유소는 지체 없이 제게 신고해 달라”고도 했다.

물론 스스로 확신한 정책의 추진 의지, 공무원의 타성을 바꾸려는 의도와 강조법적 표현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세세한 디테일에까지 만기친람식 선언을 이어가게 되면 청와대·행정부와 연구기관들의 검증, 대안 제시 기능은 어떤 존재의 의미를 지닐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야당 설득 등 의회와의 협치를 건너뛸 부작용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하나만 해도 매도의 시점 판단, 가격 흐름, 실수요자의 매수 심리는 물론 가계 소득과 금리, 유동성, 대출 규제 상황, 야당 협조 등 따져봐야 할 모든 변수들을 풀어야 할 난제가 아닌가.

큰 걱정은 이 대통령의 발신 시간대다. 부동산 관련 등이 대부분 새벽 1시께 트윗됐다. “밤에 쓴 연애편지는 절대 보내지 말라”는 심리학자들 얘기는 과학적이다. 대화·토론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자극이 멈춘 침묵의 밤엔 합리적 판단, 자제력의 중추인 전전두엽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감정의 브레이크가 잘 안 잡혀 충동 조절이나 장기적 결과를 고려하는 기능도 감소한다. 미래보다는 과거를 주로 반추하며 분노·우울 등의 감정이 증폭된다. 한 노령의 장관은 매일 새벽 1시 반까지 대통령의 SNS를 지켜봐야 하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정부 이기는 시장이 없다”는 한밤의 결론은 다음 날 낮에 더 토론해 봤으면 좋았을 대표적 가설이었다.

인터넷·SNS는 노무현·오바마·트럼프 등 정치인의 도약엔 마법의 도구였다. 그러나 팩트·논리의 단 한 번 오류로 치명적 역풍을 안길 악마이기도 하다. 소통은 많이 하되, 절제되고 지혜로운 대통령의 SNS 사용법을 기대해 본다.





최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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