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4심제라는 비판과 위헌 논란에도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재판소원법의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재판소원법 시행 이후 이틀간 접수된 재판소원 심판청구 사건은 36건이었다. 그중에는 호텔에서 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얼마 전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도 있다. 유명 먹방 유튜버 쯔양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가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도 재판소원 청구를 예고했다. 구제역의 법률대리를 맡은 변호사는 소셜미디어에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께 감사할 뿐”이란 글을 남겼다. 이런 식의 감사는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성추행범이나 협박범 등에게 재판소원으로 다시 판을 깔아주는 게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했던 ‘사법정의’를 세우는 길이었나.
앞으로 법원에서 불리한 판결을 선고받은 이들이 너도나도 재판소원을 내겠다고 하면 헌재로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업무가 폭증할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연간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각각의 사건에 대한 헌재의 판단도 늦어지면서 사법정의 실현의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헌재는 재판소원 사건의 다수가 사전심사 단계에서 걸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전심사라도 면밀한 법률 검토를 위해선 전문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재판소원 사전심사에서 각하된 사건의 당사자들이 헌재 재판관을 상대로 경찰에 법왜곡죄로 고발할 가능성도 있다.
사법부와 법조계의 강력 반대에도 최소한의 유예 기간도 없이 도입한 재판소원제는 시작부터 혼란상을 드러내고 있다. 현실적인 부작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헌재와 대법원은 머리를 맞대고 치밀한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판소원의 남용을 막고 범죄 피해자들이 ‘2차 가해’로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범죄자들이 재판소원을 악용해 큰소리치고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떠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