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를 통해 한국과 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 5개국에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을 공개 요구했다. 자국 선박의 안전은 해당 국가들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인데, 사실상 전쟁의 부담을 국제사회와 나누려는 모양새다. 안보 동맹으로 맺어진 미국의 요구여서 무턱대고 무시할 일은 아니지만, 일방적으로 전쟁을 시작해 놓고 뒤늦게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려는 형국이어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쟁 참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구를 정식 외교 경로도 아닌 SNS를 통해 먼저 밝히는 것도 국제 관행에 맞지 않는 일이다.
현재 호르무즈해협은 그야말로 ‘화약고’다. 이란이 설치했을지 모를 기뢰와 어뢰의 위협은 물론, 미사일과 드론 공격 위험이 상시 도사리고 있다. 외교적 파장도 문제다. 한국은 그동안 중동 지역에서 비교적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한 중동은 우리 에너지 안보의 핵심축이자 주요 건설·플랜트 시장이다. 섣부른 군사 개입은 이란 및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와 경제적 이익에 심대한 타격이 올 수 있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에 이해관계가 얽힌 나라들이 일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완전히 일축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섣부른 선택과 입장 표명은 금물이다. 중동 전황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대로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는 한편, 같은 요구를 받은 나라들과도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또한 군함 파견은 결국 국군 파병에 해당하므로 정부는 밀실 결정이 아닌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를 거쳐야 마땅하다. 헌법 제60조 2항은 국군을 외국에 파견할 때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일, 파병이 불가피한 상황이 온다면 2020년 청해부대의 활동 범위를 호르무즈로 확대할 당시의 전례처럼 우리 선박의 안전을 보호하는 ‘독자적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직접적인 참전을 피하는 실리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동 국가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외교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