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외출장 시 직원 경비부담 등 기부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경기도의회 의원 수십명에게 출석 조사를 받으라고 통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4년 말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수사의뢰에 의해 불거진 사건인데, 오는 6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에야 무더기 소환 통보가 이뤄진 점을 두고 의회 내부에선 “왜 이제야 조사하느냐” “선거에 관여하려는 의도"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5일 경기도의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수원영통경찰서는 지난 12~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출석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도의회 의원들에게 연락했다. 일부 의원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알림 문자 메시지로 출석 일자가 명시된 메시지를 받았다.
경기도의원들이 무더기로 소환 통보를 받은 혐의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위반이다. 외국의 광역의회와 친선연맹을 맺고 교류하거나 각 상임위원회별 국외 출장 시 동행하는 도의회 사무처 공무원들의 경비 일부를 의원들이 매월 급여에서 10만~20만원 공제해 조성한 공통 경비로 보전한 행위가 기부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를 보면 선출직 후보자 등은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사건의 발단은 2024년 12월 권익위의 지방의회 국외출장 비리에 대한 수사의뢰였다. 당시 권익위는 전국 243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국외출장 실태를 전수 점검한 뒤 전국 지방의회 의원과 공무원들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경기도의회는 의원 정수가 156명으로 가장 많은 만큼 전국에서 가장 많은 현역 의원이 수사의뢰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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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수사의뢰…도의회 공무원 숨져
지난 1월엔 권익위 수사의뢰로 영통서가 8개월가량 조사하던 도의회 7급 공무원 A씨가 유서를 남기고 숨지는 일이 있었다. 권익위가 전수조사한 2024년 6~9월엔 8급 말단으로 지출만 담당했기 때문에 A씨에 대한 수사가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의원들은 선거 전 무더기 소환 통보에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다. 당초 경찰은 전국의 국외출장 수사의뢰 사건을 지난해 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이 때문에 선거 임박한 시점에 뒤늦게 지방의회를 흔들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도의회 의장과 양당 대표 의원은 영통경찰서장에게 이번 출석 요구 관련 면담도 요청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A의원은 “윤석열 정부 권익위가 제도 개선 건의로 그칠 문제를 경찰에 숙제로 내준 것인데, 선거 임박한 시점에 소환 조사하겠다는 저의를 모르겠다”며 “조사받았다는 소식 자체가 유권자들에게 영향이 가는 예민한 이 시기에 선거 개입으로 비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인 B의원은 “출석을 원하는 수사기관의 입장은 이해가 가므로 협조할 의사가 있으나, 100명을 3개월 안에 불러 조사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기부행위의 고의, 기부 상대방을 포섭하겠다는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법리적으로 성립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국수본 방침대로 수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권익위 수사의뢰로 관내 19개 지방의회 중 16곳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 수사 중인 지방의회는 경기도의회와 수원시·화성시의회 등 3곳이다. 수사가 종결된 지방의회 중 기부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지방의원은 평택시의회 11명, 안산시의회 1명이다. 출장비 과다청구 혐의(사기)로 안양시의회 6명도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한 도의회 의원 규모는 정확하게 밝힐 수 없다”며 “선거 전 조사한다는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