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회에 돌아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힘이 되겠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 현장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100여명의 지지자가 “송영길”을 연호했다. 이날 참석한 송 전 대표는 9분가량 축사를 통해 “뉴이재명이 분파와 정파 싸움, 갈라치기가 아니라 새로운 외연 확장을 통해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와 조국 주권을 지켜낼 토대가 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상고 포기(지난달 20일)로 무죄가 확정돼 지난달 27일 민주당으로 돌아온 송 전 대표는 주소를 자신이 5선을 했던 인천 계양을로 옮긴 뒤 인천 재상륙을 도모하고 있다. 복귀 후 친정청래파와 반정청래파(반청파)로 갈린 당내 역관계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었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송 전 대표는 반청파가 기대는 지지층인 ‘뉴이재명’을 치켜세웠다. 인천지역 상황을 잘 아는 한 민주당 인사는 “송 전 대표는 계양을을 두고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과, 인천 전체를 두고 인천시장 후보인 박찬대 의원과, 당원들의 지지를 두고 정청래 대표와 맞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오늘 축사는 고립무원을 타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①우회로 없는 김남준: 송 전 대표가 인천 재상륙 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친 장애물은 ‘이재명의 입’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친 배수진이다. 김 전 대변인은 이달 초 자신의 유튜브 채널(김남준 TV)을 개설하고, 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등 공천을 전제로 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 초보’ 김 전 대변인은 이 대통령에게 물려받는 계양을 이외에 다른 선택지를 떠올리기 어려운 여건이다. 여권 관계자는 “계양을에서 지지율은 송 전 대표가 월등히 높지만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전 대변인이 송 전 대표와 경선을 치르게 한다면, 정 대표는 ‘반명’ 낙인을 안고 차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며 “정 대표에겐 딜레마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②인천 맹주 노리는 박찬대: 송 전 대표가 우회로로 인식하는 길은 박찬대 의원의 인천시장 도전으로 비게 되는 인천 연수갑 출마다. 그러나 박 의원은 13일 한 인터뷰에서 “보수 확장성이 있는 후보, 인지도가 높으면서 인천을 잘 아는 후보가 (연수갑에) 오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박남춘 전 시장이 좋은 후보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의 연수갑 출마설을 견제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중진 의원은 “송 전 대표의 인천 재상륙은 인천 맹주를 노리는 박 의원에겐 부담”이라고 말했다. 과거 21대 국회 당시 윤관석, 이성만, 허종식 의원 등으로 이어진 ‘송영길계’가 인천 정치권을 장악했었다. 인천 지역 의원의 한 보좌관은 “여전히 이들이 공천한 시의원·구의원이 다수 활동중”이라며 “송 전 대표가 인천 어디에서든 원내에 재진입하면 이들도 송 전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내에선 확고한 친명 주류지만, 인천에서 조직력은 아직 송 전 대표에 못 미친다고 평가된다. 인천 지역의 한 의원은 “인천의 두 거물급 정치인인 송 전 대표와 홍영표 전 의원이 맞붙은 2021년 전당대회 때 박 의원이 홍 전 대표를 지지했었다”며 “송 전 대표가 인천 전체에 걸친 영향력을 회복하면 박 의원은 인천시장이 되더라도 제약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차기 당권 노리는 정청래: 차기 당권을 정조준하고 있는 정청래 대표와의 사이에도 전선이 형성돼 있다. 송 전 대표가 인천에서 당선되면 일거에 유력한 당권 주자로 부상한다. 지난달 28일 미디어토마토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지난달 23~24일 만18세 이상 전국남녀 1034명 ARS 무선전화 방식 진행)에서 송 전 대표(19.4%)는 정 대표(21.6%), 김민석 국무총리(18.8%)와 3파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출신인 정 대표는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호남 전통 지지층을 규합해 왔는데, 전남 고흥 출신인 송 전 대표가 부상하면 호남 당원들의 표심이 분산될 수 있다.
당 일각에서 송 전 대표를 호남권 보궐 선거에 공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의 호남 공천은 계양을 사수가 필요한 김 전 대변인, 인천 주도권을 노리는 박 의원, 잠재적 당권 경쟁자를 견제하는 정 대표 3인의 정치적 셈법이 맞아 떨어지는 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송 전 대표는 어떻게든 인천에 남고 싶을 것”이라면서 “박찬대 의원이 박남춘 시장을 거론할 순 있어도 대놓고 송 전 대표를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고, 송영길을 광주로 보내는 건 자칫 차기 전당대회에서 더 큰 변수를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어느 쪽이든 송영길 공천은 조기에 결론 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당 대표 입장에선 송 전 대표가 연수에 출마하는 것이 본인에게 가장 덜 부담스러운 선택지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