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KFC 매장. 주말 점심시간이었지만 식사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매장 내부는 비교적 한산했다. 주문용 무인정보 단말기(키오스크)에 뜬 대표 메뉴 ‘오리지널 치킨’ 가격은 1조각(뼈포함 100~120g)에 3600원. 지난주까지는 조각당 3300원이었지만, 13일 KFC코리아가 가격을 인상하면서 약 9% 올랐다. 이날 매장을 찾은 20대 신정은씨는 “KFC 치킨이 치킨전문점보다 싸서 종종 사먹었는데, 이젠 치킨 세 조각을 고르면 1만원이 넘어 부담된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2주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고유가와 고환율 흐름이 겹치면서 외국산 식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외식업계나 유가 상승분을 유류할증료 형태로 항공권 운임에 추가하는 항공업계는 가격 인상 논의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KFC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가격 인상 대상은 치킨과 버거 등 제품 23종이며 인상폭은 200~300원 정도다. KFC코리아는 “최근 고환율 상황이 길어져 원자재, 물류비 등이 올라 일부 메뉴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인건비와 고환율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버거킹과 한국맥도날드는 각각 메뉴 28종, 35종의 가격을 올렸다. 맘스터치도 이달 1일부터 단품 기준 43개 품목 가격을 올렸으며 업체들의 가격 인상폭은 평균 2~4% 수준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수입 원재료를 대량으로 들여오는 외식 프랜차이즈일수록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손실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격 인상 흐름이 외식업계 전반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4월에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 가격은 이달보다 크게 뛸 전망이다. 유류할증료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가격은 지난달 16일부터 3월 15일까지 1갤런(3.785L)당 최소 300센트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 경우 유류할증료는 3월 6단계(200∼209센트)에서 4월 16단계(300∼309센트)로 한 달 만에 10단계 상승하게 된다. 단계당 1만원(약 7~8달러) 정도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10만원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 기준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편도 기준 이달 1만3500원~9만9000원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가가 치솟았던 2022년 7∼8월에는 4만2900원~최대 32만5000원이 부과됐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란 전쟁 이후 싱가포르 항공유가 한때 배럴당 2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다음 달 유류할증료 단계가 최소 10단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운송망인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원유선·가스선·컨테이너선 등 해상운임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중동∼중국 노선 초대형유조선(VLCC) 운임지수는 중동 사태 직전보다 55% 넘게 급등했다. 특히 중동노선 컨테이너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40% 넘게 급등해 2009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미주 동안 노선 운임을 추월했다.
통상 해상운임이 오르면 해운사 이익도 늘어나지만, 이번엔 보험료·유류비·인건비 등도 함께 크게 올라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전쟁 위험 보험료(War Risk Premium)’는 일반적으로 선박가치의 0.25% 수준인데, 충돌사태 이후 1~1.5% 수준으로 4배 이상 치솟았다. 유조선 가치가 최대 1억 달러(약 1500억원)임을 감안하면 대형유조선은 최대 125만 달러(약 18억5000만원)의 추가부담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길어질수록 운임 상승으로 인한 호재보다는 비용 증가와 물동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지속해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