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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갬 나오면 찍어뿔끼다" "대구 아이면 누가 국힘 지킵니꺼" [대구 선거 민심]

중앙일보

2026.03.15 13:00 2026.03.1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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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1시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 인파가 몰려있다. 류효림 기자


“김부갬(김부겸)씨가 나오면 대찬성, 안 나와도 민주당 찍어뿔낍니더.” “실망스럽기는 해도 국민의힘을 찍어야지예.”

6·3 지방선거를 80여일 앞둔 ‘보수의 보루’ 대구의 민심은 어느 때보다 크게 갈라져 있었다. 15일 동대구역, 서문-칠성시장, 동성로와 교동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구동성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 변화의 고삐를 누구에게 맡길지를 두고 고심이 깊었다. ‘31년째 전체 17개 시도 중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라는 말로 요약되는 장기 침체 탓에 잔뜩 움츠러든 마음을 12·3 비상계엄 사태와 뒤 이은 보수진영의 자중지란이 때리고 또 할퀴었다.

대구 칠성시장에서 만난 이재숙(64)씨는 “보수를 지지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예”라고 입을 뗐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23년째 옷가게를 하는 구정회(49)씨는 “경제도, 생활도 다 꼴찌,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도시에 언제까지 살낍니까”라고 했다.

이들의 실망감은 여론조사로도 확인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9~11일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12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대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29%)에 4%포인트 뒤진 25%였다. 비상계엄 후 혼란을 수습하지 못한 국민의힘에 대한 원망은 역력했다. 대구 토박이 김옥균(70)씨는 “그간 국민의힘을 찍어줘서 발전한 것도 없고, 지금도 국민의힘이 너무, 너무, 너무 못한다”며 “대구도 전라도처럼 확 바꿔야 한다”고 했다. 40년 가까이 대구에서 거주한 이상일(58)씨도 “장동혁 지도부에서 대구·경북 통합도 물 건너가고 싸우기만 하니까 남아있던 지역감정도 싹 사라졌다”며 “대구의 침체를 해결하지 못한 국민의힘을 이번에는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땅콩빵 가게를 운영하는 김정애(62)씨는 15일 “이진숙 같은 파이터를 차기 보수 리더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류효림 기자

그럼에도 국민의힘에선 대구시장을 하고 싶다고 손든 사람이 9명이다. 주호영(6선)·윤재옥(4선)·추경호(3선)·유영하(초선)·최은석(초선) 의원 등 현역 의원만 5명에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변화를 바라는 마음은 ’이정현식 공천 혁신’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퇴 이틀 만인 15일 복귀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대구시장 경선에서 3선 이상 중진들에게 강력한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칠성시장에 장을 보러온 송선영(65)씨는 “솔직히 다선들이 이렇게 경제가 무너질 동안 한 게 없다 아입니꺼”라며 “그렇게 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십니더”라고 했다. 반면 양지은(25)씨는 “다선 의원을 과도하게 내치면 내분만 일으키고 당의 안정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으로 눈을 돌린 사람들을 마주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택시기사 이재종(68)씨는 “김부갬(부겸)씨는 ‘이재명파’도 아니고 집권 여당에 중량감 있는 정치인 아입니꺼”라고 말했다. 대구 교동에서 만난 김혜원(27)씨는 “지난 지선 땐 공약을 보고 국민의힘을 뽑았지만, 계엄 사태를 방치한 그 당을 이젠 뽑기 싫다”고 말했다. 반면, 동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손종욱(68)씨는 “이재미(이재명)도 쇼만 잘하고, 김부갬이도 대구를 발판삼아 자기 정치만 했지예”라며 “아무리 장동혁이랑 한동훈이가 지지고 볶아도 대구가 아니면 누가 국민의힘을 지킵니꺼”라고 했다.

대구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이재종(67)씨(는 15일 ″이 나라를 베린(망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절대 안 찍어줄 겁니다″고 말했다. 류효림 기자

아예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시민들도 꽤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31년째 까페를 운영하는 배상숙(76)씨는 “수도 없이 국민의힘도 밀어주고 민주당도 찍어본 적 있지만, 다들 잘한 게 없다”며 “그냥 투표를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준규.류효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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