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목소리로 ‘타도 검찰’을 외치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를 두고 둘로 쪼개졌다. 당 강경파가 예외적 허용 가능성을 시사한 정부에 맞서 “완전 폐지”를 외치며 공개 반발하면서다.
이 와중에 지난해 10월 24일부터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아 정부의 검찰개혁안 논의를 이끌어 온 박찬운(64·사법연수원 16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충분한 숙의와 균형잡힌 토론보다는 감정적 접근이 앞서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지난 9일 사퇴했다. 지난 11일 한양대에서 만난 박 교수는 “검찰개혁에 대한 추미애·김용민 등 민주당 의원들의 의지와 열정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8부 능선까지는 함께 올라왔다면, 마지막 방점은 달리 찍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모두 한양대 법대 출신이다.
Q : 사퇴 이유는.
A : “조용히 자문하는 것보다, 내 의견을 언론과 정치권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한국 형사사법 절차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자문위는 보완수사권에 관해 지난 1월 말부터 매우 심도 있게 논의했고, 대체로 일치된 견해(보완수사 유지)를 정리해 이미 추진단에 전달했다. 전건송치, 기소권 통제, 검·경의 효율적 협력 방안 등 견제와 균형을 위한 세부 장치를 곳곳에 배치하는 작업만 남았다.”
Q : 추진단은 6월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성안한다는 계획인데.
A : “형소법 개정 논의가 6·3 지방선거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정치적 고려 때문인 거 같다. 국가의 법질서라는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과정에 정치적 고려가 섞이면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출하기 힘들다. 보완수사에 대한 우선 합의라도 있어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10월 출범에 차질이 없다.”
박 교수는 “경찰이 수사하고 결론을 내면 전부 공소청에 보내고(전건송치), 검사가 검토 후 필요하면 보완수사를 한 뒤 종결하는 방식이 가장 나은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검사가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한 사실확인(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한다는 건 책임의 원칙에도 반(反)하고 불완전 기소나 소극적 불기소로 이어질 우려를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Q : 강경파는 남용 가능성을 우려한다.
A : “모든 권한에는 남용 가능성이 상존한다. 검사가 기소권을 남용한다고 검사제도를 없앨 건가.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한다고 수사 기능을 없앨 건가. 보완수사 존폐는 공리주의적으로 결단할 문제다. 보완수사를 완전히 폐지해서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일반 국민이 형사 절차에서 받게 되는 불이익을 비교해보자. 정치적 사건에서의 권한 남용보다는 일반 사건에서의 억울함이 더 커질 것이다.”
Q : 정권이 바뀌면 과거로 회귀할 거라고도 한다.
A : “정치적 패배주의자들의 주장이다. 그들 뜻대로 보완수사를 완전히 폐지한다고 치자. 정권이나 다수당이 바뀌면 유지될 수 있을까. 이건 법률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다. 보완수사권 남용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권을 잃지 않는 것이다.”
Q : 보완수사요구권으로는 부족한가.
A : “보완수사요구는 검·경 협력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제도를 설계할 때는 선의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피의자가 경찰 수사의 억울함을 호소해서 검사에게 왔는데, 경찰의 선의만 믿고 사건을 돌려보낸다면 피의자가 거꾸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또 보완수사요구가 잦아지면 결국 사건이 돌고 돌면서 수사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복잡한 형사사법 절차가 낳는 법률 비용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Q : 법률가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A : “실무 변호사 다수는 보완수사 폐지에 반대한다. 다만, 피의자·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보단 피해자를 변호하는 변호사가 더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보완수사 폐지가 피해자에 더 불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Q : 강경파는 피고인 권리 보호가 개혁의 목적이라고 한다.
A :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목적이다. 검찰권 남용을 제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실체적 진실 발견에 장애가 된다면 국가의 범죄 억지 기능이 약해져 범죄가 횡행하는 불안한 사회가 될 수 있다. 두 가지 목표의 균형이 곧 사회의 이익이다.”
Q : 강경파는 공소청·중수청법 정부안도 손질하겠다고 한다.
A : “공소청 2단 구조, 검사징계법 폐지, 중수청 우선수사권 삭제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검사를 일괄 면직하고 임용 여부를 재심사할 경우 줄소송에 직면해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 특별사법경찰 지휘권도 특사경의 수사 역량을 고려하면 유지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건 개혁의 본질이 아니다. 미세 조정도 못하면 그건 정치력의 문제다.”
Q : 바람직한 검찰개혁 방향은.
A : “형사사법 제도는 모든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수사는 가급적 신속하게 해야 하고, 경찰·검찰 등 단위마다 책임이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게 고치는 건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다. 검찰개혁을 잘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내주게 될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 유독 검찰개혁 이슈가 첨예한 정치 쟁점이 된 이유를 “검찰이 기형적으로 발전해 온 대가”라면서도 “검사제도의 기본을 없애면 더 큰 혼란과 사회적인 불이익이 오게 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찬운 교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과 국제연대위원장, 문재인 정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인권위원을 역임한 진보 법학자다. 1987년 사법연수원을 16기로 수료한 뒤 인권변호사로 일하다, 2006년부터는 한양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며 형사법과 인권법 연구에 매진해 왔다. 시민사회와 국가기관에 대한 자문 활동도 활발히 해 왔다. 지난해 10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아 약 4개월 간 자문위를 이끌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