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캡틴’ 전준우는 주로 말 보다는 행동으로 솔선수범 하는 스타일의 주장이었다. 1986년생 최고참, 불혹의 나이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선수들이 이를 보고 따라하기를 바랐다. 애초에 전준우가 후배들에게 직접 얘기를 해야 하는 위치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독설’을 날리는 캡틴으로 변모했다.
지난 15일 공개된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다큐멘터리 컨텐츠에서는 달라진 전준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만 타이난 캠프에서 사행성 오락실을 방문해 물의를 일으킨 ‘도박 4인방’ 일탈이 확인된 이후의 모습으로 추측될 수 있었다.
그는 선수단 미팅 자리에서 “어느 자리 하나 딱 차지하려고 하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야 팀이 강해진다. 제대로 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제가 솔선수범하면 후배들도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말을 해야 될 때 같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들에 자주 휘말렸다. 팀을 떠나야 했던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오래 함께한 중고참급 선수가 없어서 선수단 기강이 옅어지고 팀의 문화를 이어가는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구단 안팎에서 제기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최고참인 전준우까지 나섰다.
롯데는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선수단에 악재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고승민 나승엽 김동혁 김세민 등 ‘도박 4인방’은 스프링캠프를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KBO는 이들에게 품위손상행위 규정을 근거로 3차례 방문이 확인된 김동혁에게 50경기 출장 정지, 고승민 나승엽 김세민에게는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최근에서야 구단의 근신 조치도 해제돼 3군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이들은 5월까지는 없는 선수라고 봐야 한다.
부상도 끊이지 않는다.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둔 12~1월 마무리 김원중과 필승조 최준용이 나란히 부상을 당했다. 김원중은 교통사고, 최준용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가 늑골 부상을 당했다. 2차 미야자키 스프링캠프가 되어서야 합류했고 실전은 던지지 않은 채 선수단과 함께하는 수준이었다.시범경기에서는 퓨처스리그를 폭격하고 상무에서 돌아온 한동희가 시범경기 1경기 만에 내복사근 미세손상으로 이탈했다. 2주 가량 훈련 없이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으로 개막전 출장이 사실상 불발됐다. 고승민 나승엽에 이어 주전급 내야수만 3명이 이탈했다.
야수진 선수층이 확연하게 얇아진 상황, 그리고 투수진도 개막전에 필승조가 제대로 꾸려지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런데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이들의 공백이 무색하게 곳곳에서 필요한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휑한 내야진에는 외야수 준비를 하던 손호영이 다시 내야로 돌아와 주전 3루수를 굳힐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우내 외야수 연습을 꾸준히 했고 실전에서 호평도 받았는데, 팀의 상황상 3루수 자리에서 역할을 해줘야 하고 또 시범경기 페이스가 좋다. 14일 사직 LG전 결승포를 때려내는 등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시범경기 타율 3할3푼3리(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 중이다. 또한 고승민 대신 주전 2루수가 유력해진 한태양도 14일 LG와의 경기 대형 투런포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뒤질새라 이호준도 15일 LG전 결승타 등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면서 무력시위를 펼쳤다.
투수진에서도 최준용과 김원중이 없는 상황, 정철원의 컨디션도 확실하게 올라오지 않았다. 또한 전천후 투수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박진도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곳곳에서 결원이 있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투수들이 필승조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올해 대졸 신인 박정민은 연일 안정적인 피칭을 펼치면서 “필승조 할 수도 있다”라며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았다. 올해 개막전 엔트리 진입이 확실시 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비로소 알을 깨뜨렸던 윤성빈도 불안불안하지만 150km대 공을 스트라이크존으로 뿌리면서 필승조 안착을 위한 과정을 착착 밟아가고 있다.
새로운 선수들이 분전을 하면서 롯데는 KT, LG를 만난 시범경기 4경기에서 3승 1무,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범경기가 롯데의 시간이라고 하지만, 여러 악재들 속에서도 무패 행진을 벌이면서 ‘올해는 또 다를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품게 하고 있다./[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