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또 호주 망명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이란 정부가 선수들의 가족을 인질 삼아 협박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 'ABC 뉴스'는 16일(한국시간)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의 5번째 인물이 망명 신청을 철회하고 호주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보도했다. 그는 주장 자흐라 간바리로 알려졌다.
매체는 "호주 연방정부는 지난주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호주에 머물던 대표팀 구성원 7명(선수 관리 담당 스태프 1명 포함)에게 인도적 비자를 발급했다. 그러나 정부는 다섯 번째로 망명을 신청했던 선수가 밤사이 신청을 철회하고 출국했다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이미 3명이 지난 일요일 이란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상황. 이란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지원 스태프 1명과 선수 2명이 먼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에서 동료들과 합류한 뒤 며칠 내 테헤란으로 돌아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타스님 통신은 "가족과 조국의 따뜻한 품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환영했다.
[사진]OSEN DB.
여기에 선수 한 명이 추가로 망명을 취소하면서 이제 호주에 남은 이란 대표팀 인원은 2명밖에 없게 됐다.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은 "호주 정부는 이 여성들이 호주에서 안전한 미래를 선택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캐서린 킹 호주 교통부 장관 역시 "그들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분명 매우 힘들고 어려웠을 거다. 고국에서 벌어지는 상황 때문에 엄청난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 여성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결정은 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ABC 뉴스는 "호주는 강경한 국경·난민 정책으로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이란 여자 대표팀 구성원 7명에게 망명을 제안했다. 정부는 대표팀이 귀국길에 오르기 전, 대표단 대부분에게 개별적으로 보호 기회가 제공됐다고 확인했다"라며 "그러나 5번째 인물까지 밤사이 호주를 떠났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여성들이 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그들은 가슴 아픈 결정을 내려 이란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여성들이 호주에서 안전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끔찍한 딜레마에 직면했는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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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선수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2026 AFC 여자 아시안컵에 출전한 이란 여자 대표팀은 대회 시작부터 자국으로부터 비난받았다. 한국과 첫 경기에서 굳은 표정으로 국가를 제창하지 않았기 때문.
그러자 이란 국영 TV는 선수들을 '전쟁 시기의 반역자'라고 비난했고, 한 방송 진행자는 "귀국 후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돌아오면 총살해야 한다는 위협과 협박까지 등장했다.
결국 이란 선수들은 호주와 2차전에선 국가가 연주되자 비장하게 국가를 불렀고, 거수 경례까지 했다. 자세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외압이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디 애슬레틱'은 "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대표단 안에 있던 보안 인물들이 선수들에게 국가를 다시 부르지 않으면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직접 경고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이란 선수단이 고국을 떠나기 전 정부에 거액의 보증금을 맡겼고, 가족 정부도 모두 기록됐다며 가족 사업까지 혁명수비대에 통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호주 땅에서도 이란 혁명수비대 관련자들과 동행해야 했으며 호텔 밖 외출 금지, 공용 공간 이용 제한, 휴대전화 감청 등의 제재를 받았다. 가족들에게도 협박이 가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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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호주에 망명을 신청한 이란 대표팀 인원은 두 자릿수도 채 되지 않았다. 먼저 월요일 밤 주장 자흐라 간바리를 포함한 선수 5명이 감시 인력에서 벗어나 망명을 신청하는 데 성공했다. 그다음날엔 또 다른 선수 1명과 스태프 1명이 인도주의 비자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선수 한 명은 이란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이유는 역시 조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우려다. 이란 검찰청은 선수들에게 망명 시도는 '적의 음모'와 '감정적 선동'의 결과라며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으니 돌아오라"고 위협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들은 한 선수는 두려움 때문에 망명을 포기했고, 뛰다시피 비행기로 향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선수 어머니가 보낸 절박한 음성 메시지가 제때 닿지 못했다는 점. ABC 뉴스가 입수한 음성 메시지에 따르면 해당 선수의 어머니는 "돌아오지 마...그들이 널 죽일 거야"라며 호주에 남으라고 만류했지만, 딸은 이를 듣지 못했다.
이제 4명이 더 귀국을 결정한 상황. 호주 시드니의 시의회 의원인 티나 코르드로스타미는 "선수들의 가족이 구금되거나 실종된 사례도 있다"라며 이란 정권으로부터 압박을 받았을 거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이란 국영 방송은 선수들이 "호주 당국과 반혁명 세력으로부터 전례 없는 위협과 압박을 받았다"라고 반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