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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현상금 3억" 희대의 연쇄방화범…'봉대산 불다람쥐' 또 충격 방화

중앙일보

2026.03.15 23:33 2026.03.16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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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 불안했지…. 큰 불 말고도 그 전에 여러 번 작은 불이 났응께.” "

주민들은 진즉부터 불안했다고 한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전마을 이장 석연상(71)씨의 말이다. 이 마을은 지난달 21일 대형 산불이 난 함양 마천면 한 야산에서 2㎞ 가량 떨어진 곳에 있어 주민 69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 산불 발생 전, 올해에만 마천면과 휴천면에서 2번, 1번씩 불이 났다는 게 석씨 기억이다. 그는 “맨날 불 날까 겁나스, 이거 방화 아닌가 생각했지”라고 말했다.

산림당국이 지난달 23일 새벽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진화율은 32%이며 현장은 산불 확산 대응 2단계와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사진 산림청


버섯·고사리 캐던 그 남자…희대의 연쇄 방화범이었다

함양 마천·휴천면 몇몇 주민들 사이에선 방화범으로 의심되는 용의자가 있었다. 2021년 고향인 함양에 홀로 이사 온 A씨(60대)였다. 산에서 고사리·버섯을 캐거나 고로수 수액을 채취, 판매하며 살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작은 산불이 잦자, 과거 A씨 범행에 관한 소문을 들은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함양 산불 발생 직후, A씨 범행을 의심한 한 마을 이장이 곧장 마천면에 있는 A씨 자택을 찾기도 했다. 그때 집에 있었던 탓에 A씨는 잠시 의심의 눈길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끈질긴 추격 끝에 A씨 범행은 드러났다. A씨 정체는 15년 전 울산에서 96차례 산불을 내다 붙잡힌 희대의 연쇄 방화범 ‘봉대산 불다람쥐’였다. 5년 전 출소한 뒤 또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16일 경남경찰청은 산불 방화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뉴스에서 산불 소식을 보면 희열감을 느꼈다”며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남 함양 산불 사흘째인 지난달 23일 함양군 유림면 어울림체육관에 함양 산불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뉴스1


고향에 불 낸 방화범…“희열감에 충동 못 참고 불 질러”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A씨는 올해 1~2월 사이 경남 함양 마천면에서 2번, 전북 남원에서 1번 산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3번 방화로 총 237.2㏊의 산림이 불 탄 것으로 조사됐다. 소나무 11만6660그루가 소실, 피해 금액만 9억6858만40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건이 지난달 21일 발생해 3일간 이어진 올해 첫 대형산불 함양 산불이다. 함양 산불로 234㏊가 피해를 입었고 피해액은 9억5449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함양 산불 발생 직후부터 전담팀을 꾸려 수사해왔다. 현장 탐문 조사 과정에서 ‘A씨 방화인 것 같다’는 주민 진술을 확보, A씨 등을 용의 선상에 두고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불이 난 3곳 주변에서 A씨의 SUV 자동차 등 흔적이 모두 확인됐다. 특히, A씨가 산불을 낸 현장에는 특이점이 있었다. A씨가 다녀간 뒤 약 2시간 뒤 산불 신고가 접수된다는 점이었다.

이는 A씨가 휴지 등을 활용, 최초 불씨를 붙이고 한참 뒤 불이 타오르게 하는 ‘지연 발화’ 수법을 썼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당시 마을 이장이 집을 찾았을 때도 A씨는 자택에 있을 수 있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현장을 떠난 뒤 불이 번지게 해 알리바이를 만들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마을 주민들이 급히 대피해 텅 빈 휴천면 송전마을에 주민이 사용하던 전동보행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하늘에는 산불 진화에 나선 헬기가 날아가고 있다. 안대훈 기자


울산 때와 같은 수법…출소 뒤 함양 와

A씨는 울산 방화 때도 똑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37차례에 걸쳐 울산 동구 봉대산에 불을 낸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1년 출소해 함양으로 갔다. 당시 경찰 조사에선 1994년부터 96차례 방화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산불방화죄를 적용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7년간의 범행 건수로만 기소됐었다.

1994년부터 울산 봉대산 일대 반경 3㎞ 이내에서 해마다 겨울이 되면 산불이 발생, 당시 경찰은 A씨를 검거하기 위해 현상금 3억원을 내걸기도 했다. A씨가 수사망을 피해 범행을 계속 이어가면서 ‘봉대산 불다람쥐’란 별명도 붙었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불을 낸 이유로 “불을 내면 마음이 후련하고 편안하다”고 진술했다.

울산 방화 사건 당시 A씨는 충동조절장애(병적 방화)가 있다는 정신 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함양 산불 사건 수사 과정에서 A씨가 별도의 정신 질환으로 진료를 받거나 약처방을 받은 이력은 없었다고 한다. 경남 경찰은 A씨의 범행 동기와 또 다른 산불 방화 혐의가 있는지를 수사한 뒤,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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