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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민석·트럼프 면담 성사 막후엔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중앙일보

2026.03.16 00:12 2026.03.1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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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중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북한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국무총리실이 밝혔다. 국무총리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기존 관례를 깨고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난 데는 예상치 못한 막후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총리와 ‘여의도 인연’으로 연결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백악관 신앙사무국장인 폴라 화이트 목사와의 라인을 가동한 게 주효했다.

16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 총리는 이번 방미를 앞두고 트럼프 당선에 핵심 역할을 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기독교 복음주의 라인을 지렛대로 삼아 워싱턴 수뇌부를 공략하는 우회 전략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방안을 살폈다. 미국 조야에 번진 ‘한국 내 종교 탄압’ 의혹 해소를 이번 방미의 우선 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김 총리가 처음 방미했을 당시 면담에서 J.D. 밴스 부통령은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의 구속 사실을 거론하며 우려를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신앙사무국 오찬에서 폴라 화이트 백악관 신앙사무국 선임고문이 인도하는 기도에 동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연스레 섭외 1순위 타깃은 트럼프의 20년 지기 ‘영적 멘토’인 화이트 국장이 됐다. 그는 트럼프 2기에서 처음 신설한 백악관 신앙사무국을 이끄는 막후 실세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국 정치권의 주목도가 떨어지지만 정작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화이트 국장과 연결되기 위해 김 총리가 제3의 채널을 집중 가동했다”고 전했다.

섭외 과정에서 김 총리 본인의 종교 네트워크가 지렛대가 됐다. 지역구 내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적극적으로 다리를 놓아 방미 하루 전 화이트 국장과의 면담이 극적으로 확정된 것이다.

이 목사는 트럼프 2기 백악관 수뇌부와 핫라인이 닿아 있는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트럼프가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 직전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Purge) 또는 혁명(Revoultion)이 일어나는 상황 같다”고 언급한 것도 순직 해병 특검의 이영훈·김장환 목사 및 여의도순복음교회 압수수색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을 정도다.

이와 관련, 이 목사 측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특히 화이트 국장이 여의도순복음과 오랜 강단 교류를 해 이 목사와 인연이 깊다”며 “이 목사의 주선이 트럼프와의 회동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이달 초 이 목사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한·미 추모사업회’ 일정을 위해 방미했을 당시에도 화이트 국장과 따로 회동했을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두텁다고 한다.

김 총리 역시 의원 시절 새벽기도를 수시로 챙긴 기독교 신자다. 방미를 앞둔 지난달 22일엔 ‘국무총리 김민석’ 명찰을 달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당시 이 목사는 김 총리를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소개하며 “한·미 관계를 바로 세우는 일꾼이 돼 달라”고 힘을 실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1월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6.01.05.
이런 종교계의 막후 지원은 백악관 현장에서 곧바로 위력을 발휘했다. 13일 오전 10시 30분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열린 화이트 국장과의 면담은 시작 직전부터 기류가 예사롭지 않았다. 당초 김 총리 측은 트럼프와의 만남은 생각하지 못했으나, 화이트 국장 측 보좌진이 회의장을 세팅하며 “오늘 어쩌면 깜짝 방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귀띔한 것이다. 화이트 국장이 일찌감치 트럼프와의 연결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당초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면담에서 화이트 국장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인 고(故) 조용기 목사와의 인연을 꺼내며 대화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고 한다. 이어 한국의 종교 상황에 대한 설명을 경청한 뒤 즉석에서 트럼프와의 만남을 적극 주선했다. 김 총리가 곧장 화이트 국장의 인도로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로 안내되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된 배경이다.

오벌 오피스 회동에서 트럼프는 김 총리가 북·미 관계 관련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아주 스마트하다”며 배석 참모들에게 즉석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공식 배석한 강경화 주미 대사에겐 “지난번에 뵌 적이 있다”며 친밀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강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외교부 장관으로 한·미 정상회담에 여러 차례 배석했다.

워싱턴 일정을 마치고 뉴욕으로 이동한 김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서 “밴스 부통령부터 폴라 화이트 국장, 트럼프 대통령과의 깜짝 만남까지 숨 가쁜 일정이었다”고 적었다. 또 이번 방미를 차기 대권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에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점철되는 공직 수행은 무협 소설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방미 기간 화이트 국장과 함께 트럼프의 또 다른 ‘숨은 실세’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의 면담도 추진했으나 일정상 최종 불발됐다. 위트코프 특사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도 관여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전략 참모 역할을 맡고 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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