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한국 제조업의 생산 비용이 평균 0.71% 상승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제조 원가 상승이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실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16일 발간한 ‘미국ㆍ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우에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지목한 가장 큰 리스크는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전체 원유 수입량 중 70.7%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이중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은 물론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 국내에 주로 수입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13일 배럴당 145.51달러로, 중동 사태가 본격화한 2월 27일(71.24달러) 대비 두 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국내 기업의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 비용은 평균 0.71%가 오른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석유제품 6.3%, 화학제품 1.59% 등의 산업군이 받는 영향이 컸다. 연구원은 “에너지 의존 산업계 직격탄 및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동 지역에 대한 수출이 증가한 것도 위험 요인이다. 과거 중동 리스크는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수입 중심 충격이었지만 플랜트ㆍ건설, 자동차, 방산, 화장품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대(對) 중동 수출 품목이 다변화됐다. 한국의 대중동 수출은 지난해 204억4000만 달러로 전년(146억8000만 달러)보다 3.8% 늘었다. 현지 정세 불안이 수출 경기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전체 수출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2.4~3% 수준인 만큼 직접적인 무역 충격은 크지 않다고 봤다.
연구원은 중동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정부 비축유 ▶산업별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생산 비용 상승으로 물가는 상승하고 실물경기는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를 쓴 홍성욱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국제유가 상승 장기화에 따른 제조업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별 에너지 의존도와 공급망 구조를 고려한 맞춤형 산업 대응 및 기업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