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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세운4구역에 불법 기습시추…국가유산청, SH공사 고발

중앙일보

2026.03.16 00:56 2026.03.1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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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의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협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SH 측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에서 11곳을 시추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세운4구역 매장유산 발굴현장 시추 모습. 사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내에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개발 관련 불법 행위를 적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종묘 인근 재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 간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유네스코 측이 종묘 문제를 최고 결정기관인 세계유산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는 뜻도 처음으로 밝혔다.

국가유산청 허민 청장은 16일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세운4구역 매장유산 유존지역에서 SH공사가 사전협의나 승인 없이 11개 지점에서 공사 추진을 위한 시추를 하는 것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 11~12일 지름 80㎜, 깊이 약 38m 내외의 파이프를 해당 구역에 무단 시추했고, 13일 현장 실사에서 이를 확인한 국가유산청이 일체의 현상 변경 행위를 중단시키고 반입된 중장비도 철수시켰다.

매장유산법 제31조 제2항은 이미 확인됐거나 발굴 중인 매장유산의 현상을 변경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발장은 16일 관할 혜화경찰서로 접수됐다.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의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협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SH 측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에서 11곳을 시추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발굴 현장 시추 모습. 사진 국가유산청
세운4구역은 지난 2022∼2024년 발굴 조사 결과 조선시대 한성부의 도시계획 체계를 엿볼 수 있는 흔적과 여러 건물터, 배수로 등이 발견되면서 ‘매장유산 유존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현행법상 매장유산 유존지역에선 발굴 조사를 모두 마쳤다는 행정 조치가 없으면 건설 공사를 추진하는 게 불가능하다. 세운4구역은 지난 2024년 매장유산의 보존방안 심의 결과 ‘보완’ 권고를 받았고 이후 재심의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허민 청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발굴 조사 완료조치가 되지도 않은 땅에서 토목공사를 위해 시추를 하는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며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SH와 감독기관인 서울시에 대해 청장으로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30일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 기준을 대폭 상향(종로변 55m→101m, 청계천변 71.9m→145m)하는 변경 고시를 하면서 이 일대 개발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 간의 갈등이 격화돼 왔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종로구가 변경 고시에 따른 사업시행인가에 앞서 종묘 관련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사업 대상지가 해당되지 않는다며 거부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세운4구역 내 사업시행인가 중단 및 대응 관련 언론설명회'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참석자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가유산청은 지난 14일 세계유산센터로부터 받은 서한에 세운4구역의 개발 강행과 관련한 심각한 우려와 경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세계유산센터는 세운4구역의 개발 인허가 절차 전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반드시 선행할 것을 재차 강조하면서 “3월 말까지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에 대한 회신이 없을 경우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의 상황이 보존 의제로 상정될 수 있음”을 밝혔다고 한다.

세계유산센터가 종묘 주변 재개발 우려를 밝힌 서한을 국가유산청을 통해 전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이며 종묘 보존 의제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아가 필요한 경우 세계유산센터와 자문기구가 공식 현장 실사를 진행해 세계유산 종묘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살필 수 있다고도 했다.

이길배 유산정책국장은 “종묘가 보존 의제에 포함돼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논의된다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 청장은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의제에 종묘가 다뤄진다면 개최국의 세계유산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전세계에 보일 수 있다”면서 현 상황이 내년 위원회에서 검토될 ‘한양의 수도성곽’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어서 “이달 19일 서울시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가 개최되고 4월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마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업시행인가 강행 전에) 서울시장, 종로구청장, 국가유산청장 등 3자가 함께 참여하는 논의 테이블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이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의 첫 세계유산에 올랐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1월 국내법인 세계유산법(세계유산의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종묘 일대 19만 4000여㎡ 규모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했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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