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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살생부'에 공관위도 충돌…"망나니 칼춤" 뒤집어진 국힘

중앙일보

2026.03.16 01:48 2026.03.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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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충북도지사 후보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영익 공관위원을 단상으로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이정현 살생부’에 발칵 뒤집혔다.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을 주도하고 있는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업무 복귀 하루 만에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를 결정한 게 발단이었다. 현역 시·도지사 중 첫 컷오프에 그치지 않고 박형준 부산시장과 대구시장에 출마한 현역 중진 전원에 대한 ‘물갈이 공천’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자 “무자비한 학살”이란 당내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김 지사에 대한 공천 배제 결정과 관련해 “한 사람에 대한 평가 문제가 아닌, 정치 변화의 문제”라며 “시대와 세대 교체 요구를 힘 있게 실천할 지도자가 과감하게 등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 공관위원은 “4선 중진에다 장관까지 한 김 지사보단 새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 인적 쇄신을 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 안팎에선 “김 지사가 금품 수수 의혹과 오송 참사 문제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데다 지지율이 저조한 부분이 컷오프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모든 지역 일정을 취소하고 상경한 김 지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 기준도 없이 컷오프를 당했다”며 “절대 승복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지사는 페이스북에도 “특정인을 정해 놓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썼다. 지역 정가에선 이 위원장이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낸 1986년생 여성 정치인 김수민 전 의원을 충북지사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6·3 지방선거 충북지사에 도전하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광역단체장 후보 면접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김 지사 컷오프 결정 직후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배제 문제를 놓고 일부 공관위원들과 정면 충돌했다. 이 위원장이 “혁신 공천을 위해 박 시장을 컷오프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다른 공관위원들이 “절차적 정당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부산시장 선거에는 박 시장과 주진우(초선) 의원 2명이 후보 등록을 했다. 박 시장을 배제할 경우 주 의원의 단수 공천이 불가피하자 곽규택·서지영·정희용 의원 등 일부 공관위원은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났고 관련 논의는 중단됐다.


최근 당내 현안에 침묵해오던 박 시장은 페이스북에 “혁신 공천이란 이름으로 당을 망하게 하는 행위이자 망나니 칼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강력 반발했다. 주진우 의원도 “저는 경선을 진심으로 원한다”고 밝혔고, 부산 지역 의원들은 “한 쪽 날개를 부러뜨려 최종 후보로 나설 후보의 경쟁력을 스스로 낮추는 결정”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경선을 해야 한다”는 지도부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시장 공천을 둘러싼 분위기도 심상찮다. 이 위원장이 후보로 나선 중진 전원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주호영(6선)·윤재옥(4선)·추경호(3선)·유영하(초선)·최은석(초선) 의원 등 현역 의원 5명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총 9명이다. 한 공관위원은 “이 위원장은 주호영·윤재옥·추경호 등 중진은 모두 배제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했다. 그럴 경우 이진숙 전 위원장과 초선의 유영하·최은석 의원이 경쟁하는 3파전이 성사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9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3선 도전 소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주호영 의원은 채널A 라디오쇼 ‘정치 시그널’에서 “중진에게 컷오프를 한다면 중진들 다 국회의원 그만두게 해야 한다. 절대 승복할 수 없다”며 “경쟁력 없는 후보를 내세우면 민주당 시장 만들어주려고 해당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주 의원은 이 위원장의 발탁 배경에 관한 의혹도 제기했다. 주 의원은 “우리가 듣기로는 이 위원장을 고성국 유튜버가 추천을 했고, 고성국씨가 이진숙 전 위원장을 손 잡고 다니면서 선거 운동을 하니까 그 주문에 따라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혁에 저항이 없으면 개혁이 아니다”며 “장동혁 대표로부터 공천 전권을 받은 만큼 털 끝만큼도 후퇴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 위원장은 지난 13일 “공천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전격 사퇴했다가 장 대표로부터 공천 전권을 보장 받고 지난 15일 복귀했다. 한 공관위원은 “위기의 당을 되살리려면 중진과 현역 단체장의 희생을 바탕으로 정치 새 바람이 필요하다는 게 이 위원장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했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광역단체장 후보 면접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후보 등록을 두 차례 거부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마감하는 3차 접수에 응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장동혁 대표는 16일 오 시장이 그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해온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에 대한 재임명 안건을 유보하며 한 발 물러서면서도 또 다른 핵심 요구 사항인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은 거부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장 대표를 2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혁신 선대위라면 동의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 측은 “혁신 선대위 구성과 관련한 진전된 메시지가 있어야 후보로 접수할 수 있다는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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