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 발목 잡힌 우크라…"재정난 뚜렷한 대안 없어"
"국채발행 여력 없어"…헝가리 협박에 반감도 커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헝가리에 발목이 잡힌 우크라이나의 재정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EU의 대출이 순조롭게 지원되지 않았을 때 대안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날 키이우인디펜던트에 계속되는 헝가리의 EU 지원 반대와 관련해 "믿을 만한 대안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통상 재정위기 대응 수단은 국채 발행이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의 선택지는 아니다. 올해 우크라이나 정부 예산상 국채 발행보다 상환 물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부는 EU가 약속한 대출 900억 유로(약 154조원) 중 300억 유로(약 51조원)를 올해 국채 발행 부족분을 메우는 데 사용할 계획이었던 터라 EU 대출 지원은 더 절실하다.
세계은행(WB)과 EU의 별도 자금 지원 프로그램에서 지원받기로 한 60억 달러(약 9조원)도 지연될 수 있다.
WB가 지원을 조건을 요구한 각종 토지·반부패 개혁 등 관련 법안이 우크라이나 의회를 통과할지 아직 확신하기 어려운 탓이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헝가리의 협박에 사실상 굴복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15억 달러(약 2조2천억원) 지원, 일본의 10억 달러(약 1조5천억원) 조기 지원이 그나마 우크라이나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발트해 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북유럽 국가가 논의 중인 300억 유로(약 51조4천억원) 규모의 양자 대출도 '동아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드루즈바 송유관이 손상되면서 헝가리·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 송유관은 우크라이나를 약 1천500㎞ 경유한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일부러 송유관을 복구하지 않고 있다며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제동을 걸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거듭된 공격 탓에 송유관 복구까지 기술적으로 한 달 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헝가리는 자체 조사단을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으로 파견하는 등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오르반 총리가 드루즈바 송유관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부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헝가리가 경제 침체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지지율 반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친유럽·중도주의 성향 야당에 밀리고 있어 16년 만에 정권을 내줄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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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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