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우주항공·방위산업 기업인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6일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KAI 보통주 267만주(2.74%)를 취득한 데 더해, 올 1분기 162만7365주(1.67%)를 추가 취득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의 방산 계열사 한화시스템도 KAI의 보통주 56만6635주(0.58%)를 599억원에 취득한 사실을 지난 13일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한화그룹이 보유 중인 KAI의 지분은 총 486만4000주(4.99%)에 달한다. 다만 5% 미만은 대량보유 공시 대상이 아니라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중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항공우주 사업 협력을 확대하고, 방산·우주항공 분야 글로벌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KF-21 수출 경쟁력 강화와 해외 진출 교두보 구축, 국산 전투기 장착용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특수작전용 헬기 성능개량 사업 제안 등 다양한 방산 분야에서 협력을 늘리고 있었는데 공조관계를 더욱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구조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KAI는 전투기·헬기·무인기 등 항공기 체계와 인공위성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 우주발사체 등의 핵심 부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말 ‘제주우주센터’를 완공했는데 항공전자와 레이더, 민간 위성 생산시설이 있어 세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KAI는 1997년 외환위기 뒤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현대우주항공·삼성항공우주산업·대우중공업 등 대기업의 항공사업부문을 통합해 설립한 회사다. 2012년부터 민영화 시도가 이어졌으며,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새 주인을 찾은 뒤엔 KAI의 민영화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화의 지분취득에 관심이 쏠리는 건 한화가 KAI까지 품으면 육·해·공 전반을 아우르는 방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2015년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후 KAI 인수에 줄곧 관심을 나타내 왔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뒤에도 KAI 인수설이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화의 자산총액은 125조7410억원으로 재계 7위다. KAI(8조1280억원)를 인수하면 자산총액이 134조원에 육박해 포스코를 제치고 재계 6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KAI 매각에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KAI의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가진 수출입은행, 2대 주주는 8.1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기 때문이다. 한화 관계자는 “글로벌 우주시장이 민간 중심의 ‘뉴 스페이스’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민간기업의 역량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우주산업 생태계 고도화가 절실하다”며 “한화는 KAI와 함께 발사체, 위성, 데이터 분석 등에서 협력해 저궤도 위성에서 중·대형 위성까지 포함하는 종합 우주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