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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AI시대, 온사이트 전력과 계통 연계의 중요성

중앙일보

2026.03.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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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가천대 전기공학과 교수
인공지능(AI)은 산업의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인프라 게임이 됐다. 경쟁의 핵심은 모델 성능만이 아니라, 그 모델을 학습·추론할 전력과 컴퓨팅, 그리고 이를 담아낼 설계·운영 역량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모아둔 곳’에서 ‘전기를 고성능 연산으로 바꾸는 공장’으로 바뀌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기술 전제가 다르다. 첫째, 전력 밀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 랙은 수십㎾를 넘어 훨씬 커지고, 공랭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액체 냉각이 사실상 전제가 된다. 둘째, 전력 품질 요구가 더 까다롭다. 무정전전원장치(UPS)·정류기·서버전원장치 같은 대규모 전력전자 장비는 고조파와 무효전력 문제를 만들 수 있고, 급격한 부하 변동은 전압 변동과 순간 정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배경에서 ‘온사이트(on-site) 발전’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른다. 고효율 가스터빈·열병합, 연료전지를 결합한 마이크로그리드형 온사이트 전원은 상시 부하를 안정적으로 받치고, 필요 시 계통과 분리된 섬운전으로 ‘자급형 전력섬’을 만들 수 있다.

전력계통 관점에서도 장점은 명확하다. 데이터센터 피크를 현장에서 흡수하면 계통 혼잡을 줄이고 송배전 증설 부담을 낮춘다. 전압 저하·사고 시에도 대용량 부하의 급락·재투입이 계통에 주는 충격을 완화한다. 특히 지역난방·집단에너지 연계는 데이터센터 폐열을 난방열로 재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모델이 추진 중이다. SK가 울산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집단에너지 설비를 통해 전력 자체 조달 기반을 마련한다. 전북 군산에서는 SGC에너지가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며 ‘자가발전 설비를 통한 대규모 전력 공급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도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고, 폐열을 지역난방에 재활용하는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계통 연구자로서 ‘데이터센터가 계통의 부담’이라는 단순 프레임을 넘어 ‘계통과 공존하는 에너지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현장을 보게 돼 감회가 깊다.

정부 정책은 ‘막지 말자’가 아니라 ‘안전하게 빨리 짓게 하자’로 가야 한다.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표준 모델 기반으로 간소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AI 데이터센터·마이크로그리드에 대한 전용 심사 트랙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은 이미 가능한 수준에 와 있다. 지금 필요한 건 허용 여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허용할지를 명확히 하는 규칙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 온사이트 발전과 계통 연계를 ‘위험’이 아니라 ‘설계·표준·제도’로 관리해, 한국형 AI 데이터센터 모델을 세계 시장에 내놓을 때다.

한상욱 가천대 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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