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 수출의 10분의 1 정도를 책임지던 군산조선소가 가동이 중단된 지 9 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16일 전북도에 따르면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지난 13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HD현대중공업과 군산조선소 자산 양수도(양수·양도)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국내 조선사인 HJ중공업을 자회사로 둔 해양·조선 투자기업이다. 최종 계약은 실사 이후 체결될 예정이다.
군산조선소는 HD현대중공업이 2010년 3월 1조2000억원을 들여 군산 제2국가산업단지에 약 180만㎡ 규모로 세운 대형 조선소다. 한때 전북 수출액의 8.6%, 군산 수출액의 19.4%를 차지하며 지역 경제를 떠받쳤다. 그러나 2015년 말부터 조선업 불황으로 일감이 급감하자 HD현대중공업은 2017년 7월 군산조선소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5000여 명에 달하던 일자리가 사라지고, 협력업체 74곳이 문을 닫으면서 군산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지역 사회·정치권의 재가동 요구가 이어졌고, 군산조선소는 2022년 10월 선박 블록 생산 공장 형태로 제한적 재가동에 들어갔다. 현재는 연간 약 10만t 규모의 선박 블록을 제작해 울산조선소로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군산조선소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최근 한·미 간 조선 협력 확대 흐름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이 이른바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군산조선소를 특수선 단지 조성이나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을 위한 국가 전략 사업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는 게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측 설명이다.
HD현대중공업도 군산조선소 활성화를 위해 향후 3년간 자사의 선박 블록 제작 물량을 군산조선소에 발주하고 설계 용역과 원자재 구매 대행, 자동화 및 스마트 조선소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북도·군산시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블록 공장’ 수준에 머물던 군산조선소가 본래 기능인 선박 건조 조선소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산조선소는 길이 700m 독(dock·선박 건조장)과 1650t급 골리앗 크레인, 약 1.4㎞ 길이 안벽을 갖춰 대형 선박 동시 건조가 가능하다. 연간 조립량은 약 25만t 규모로 18만t급 벌크선 기준 최대 12척을 건조할 수 있다.
지역 상공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관계자는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던 군산조선소가 제자리를 찾으면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