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료품비가 너무 올라 힘들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간과하면 안 될 치명적 요인이 있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담합(Cartel)이다. 담합은 인위적 가격 상승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시장 신뢰를 훼손하고 기업의 장기적 가치까지 떨어뜨린다. 철저하게 단속해 근절해야 한다.
처벌 강화해도 억제효과 제한적
경제적 불이익 정교하게 설계해
과장금 높이고 가격 왜곡 시정을
기업들이 짜고 가격이나 공급량을 조절하는 담합은 자유 경쟁을 가로막는 시장의 공적이다. 그런데도 민생과 밀접한 분야에서 담합이 끊이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데도 적발되지 않은 음성적 담합이 실제로는 더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시장 왜곡의 심각성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제는 담합을 개별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시장 전체를 위협하는 고질병으로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담합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담합을 통해 얻는 기대이익이 적발에 따른 불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의 특성상 적발될 확률 자체가 낮다. 적발되더라도 경쟁 제한 효과에 한해서만 제재를 가하는 비례의 원칙 때문에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 걸리더라도 운이 나빴다고 여기고, 잘못한 만큼만 대가를 치르면 된다는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결국 담합은 ‘고수익 사업’으로 오인되고, 제재 이후에도 관행처럼 담합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만연한 담합을 불식하려면 제재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형사 처벌 수위를 높여 사업자를 압박하는 방식은 경제 형벌을 축소하는 글로벌 추세나 실질적 억제 효과 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따라서 사후 처벌보다 경제적 불이익을 정교하게 설계해 사업자가 담합에 나설 유인 자체를 차단하는 예방적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징금 양정 기준을 현실화하고, 법을 개정해 과징금 한도를 대폭 높여야 한다. 특히 상습 위반자에게는 가중 처벌 기준을 파격적으로 높여 “담합은 경영에 치명적인 리스크”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다만 이는 단순한 엄포여선 안 된다. 기업이 스스로 내부 감시 체계와 준법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하고, 상습 위반자에게는 자진신고 감면(Leniency) 혜택을 제한해 제도 악용을 차단해야 한다.
과징금 부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핵심 문제는 왜곡된 가격의 잔존이다.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될 뿐 담합으로 인상된 가격은 시장에 남아 소비자에게 지속해서 피해를 준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사업자의 자의적인 재결정을 막기 위해 공정위가 직접 가격 인하를 명하는 가격 인하 명령권 행사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행정 조치가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수다. 담합이 없었을 경우의 가상가격(but-for price)을 과학적으로 산정해야 명령의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통계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경제학적 분석의 영역이다. 공정위에 경제분석 전문가를 대폭 확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교한 분석은 기업이 결과에 수긍하도록 하는 설득 근거이자 소송으로 갈 경우 강력한 방어 논리가 된다.
적시 적발과 신속한 사건 처리도 병행해야 한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 최근의 담합을 입증하려면 시장 정황과 가격 추이를 종합 분석해 합의를 추론해내는 베테랑 조사 인력과 경제학자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인력을 늘리는 것만큼이나 전문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담합 부서가 기피 대상이 되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시장의 신뢰를 얻는 조사가 가능하다.
담합은 시장 생태계를 파괴하는 악성 바이러스다. 사후 처벌만으로는 완벽히 퇴치할 수 없다. 기업이 담합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정밀한 경제적 제재를 마련하고, 적시 적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최선이다. 과징금 상향과 가격 인하 명령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확보하되 이를 정교하게 집도할 경제분석 전문가들을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정상적인 물가를 바로잡고 소비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건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