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제98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K팝이 오스카 주제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제가 ‘골든’의 가수이자 공동 창작자인 이재가 “어린 시절 사람들은 K팝을 좋아하는 저를 놀렸지만, 지금은 모두가 우리의 노래를 부른다”고 감격해 한 것처럼, 이번 수상은 K팝이 변두리 유행을 넘어 세계 주류 문화로 올라섰음을 증명한다.
지난해 6월 넷플릭스 공개 후 역대 최다 시청 기록을 세운 ‘케데헌’의 돌풍은 K팝에만 머물지 않았다. 영화 속 목욕탕·한의원·김밥·컵라면 같은 동시대 문화는 물론, 조선 민화에서 착안한 까치호랑이, 악귀를 잡는 아이돌 ‘헌트릭스’의 매듭 장신구, 라이벌 악귀 아이돌 ‘사자보이즈’의 갓과 도포 등 전통문화까지 세계인을 사로잡으며 수많은 2차 창작을 낳았다.
그러나 이를 ‘한국적인 것의 승리’로만 읽는 것은 절반의 해석이다. ‘케데헌’은 미국 소니 픽처스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투자한 작품이다. 매기 강 감독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생각한다면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그는 자신의 이중문화적 배경과 서구의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 역량을 결합해 “두 문화를 균형 있게 녹여낼 수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K팝 자체도 서구 팝과 한국적 감성이 결합한 혼종적 산물이며, ‘케데헌’ OST 역시 이재를 비롯한 한국계 북미 교포 아티스트들의 역량이 모여 시너지를 낸 결과다.
영화의 서사 역시 이런 ‘혼종’의 가치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인간과 악귀의 혼종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 왔던 주인공 루미는 마침내 이를 긍정하고 드러내면서 세상을 구한다. 완벽함을 상징하던 황금빛 혼문 대신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갯빛 혼문이 펼쳐지는 결말이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케데헌’의 성공을 보며 K컬처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안으로는 문화적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포용성을 넓히고, 밖으로는 세계 각지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적극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고 위로받을 수 있는 더 큰 K컬처를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