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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호르무즈 호위…기뢰 넘어 ‘모기 함대’ 도사린다

중앙일보

2026.03.16 08:25 2026.03.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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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던 중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들에게 남은 건 해협에서 약간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 해협의 수송 혜택을 받는 국가들이 도와야 한다”며 한국 등에 군함 파견을 요구하면서도, 이란의 공세는 대수롭지 않다는 인상을 주려 애썼다.

하지만 호르무즈해협 안전은 트럼프가 호언장담한 것처럼 확보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미군이 생각하는 다국적 연합 호위함 구상부터 난관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공 방어를 위해선 유조선 1척당 2척의 호위함이 필요하다”며 “유조선 선단은 보통 5~10척 규모로 움직인다”고 전했다. 1회 호위작전에 최대 20척의 군함이 투입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란 해군은 궤멸됐다”고 말하지만, 레이더 탐지가 어려운 소형 고속 공격정이 집단으로 공격하는 ‘모기 함대’ 전력이 건재하다. 가장 좁은 지점 폭이 약 34㎞에 불과한 호르무즈해협 연안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쏜 미사일·드론을 격추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해운 분석회사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가용 군함 수 제약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통행량이 평소의 10%로 감소할 것”이라며 “발이 묶인 600여 척의 선박 정체를 해소하는 데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상 병력을 이란 남부 연안에 투입해 미사일·드론의 발원지를 장악하는 시도도 거론된다. 트럼프는 이미 유럽 특수부대 등의 군사 지원을 요구했다. 일본에 배치된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 등 3척의 미 해군 군함과 2500명의 미 해병이 중동으로 향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이번 전쟁 최초로 지상전이 시작되는 셈이다. 성공해도 이란 내륙의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 등의 위협은 여전하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뿌릴 기뢰도 위험요소다. 소해(掃海·기뢰 제거) 비용은 부설 비용의 최소 10배다. 미군은 지난해 바레인에서 노후 소해함 4척을 퇴역시킨 뒤, 연안전투함과 무인잠수정으로 대체 투입하고 있지만 기뢰를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트럼프가 유럽이 기뢰 제거함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해에는 몇 주가 걸리고, 작업 과정에선 이란 대함 미사일 사정권에 잡혀 위험하다”고 말했다.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의 이란 섬을 공격하는 것도 거론된다. 이란 원유 수출량의 약 90%를 담당하는 거점인 페르시아만 북부 하르그섬 원유시설을 타격해 원유 수출을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큰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원유시설이 공격받으면 이란은 미국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고 아랍 국가들의 정유시설 파괴에 나설 것”이라며 “국제유가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실효 지배하는 아부 무사와 대·소 툰브 섬 등을 점령하는 방안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이곳은 호르무즈해협 초입에 있다. 교통로 감시와 군사작전에 유리한 이곳을 장악한다면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으로선 추후 UAE에 섬 통제권을 넘긴다면 이번 전쟁으로 피해가 큰 UAE의 마음을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상륙작전을 감행할 경우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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