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전력장치를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동양이엔피 소액주주들은 오는 30일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앞두고 1주당 2000원의 결산 배당금을 안건으로 제안했다. 회사측이 책정한 배당금(주당 450원)의 4배가 넘는다.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자본 유보율(회사의 이익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 1만733%나 되는데 배당성향은 6%에 그친다”며 “시중금리도 안되는 배당수익률에 주가도 부진해 주주환원을 촉구하게 됐다”고 했다.
# 20년 업력의 A 코스피 상장사(영상장비제조)는 최근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주주반응을 고려해 결정했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고민이 컸다. 이 회사 대표는 “주주들 목소리가 엄청나게 커져서 준비 부서들이 많이 시달린다”며 “돈 벌면 투자하는 게 아니라 주주들과 나눠쓰는게 ‘뉴노멀’”이라고 털어놨다.
3월 정기주총 시즌이 막을 올린 가운데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기업과 주주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올 하반기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소액주주·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 공세와 이사회 문턱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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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거세진 주주행동주의
16일 중앙일보가 아주기업경영연구소와 올해 상장법인 정기 주주총회 공시를 확인한 결과, 상정된 주주제안 안건(16일 기준)은 215건으로 집계됐다. 2024년(135건) 주총 당시보다 약 59%(80건), 지난해(167건)보다 약 29%(48건) 증가한 수치다. 아직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주총 소집 공고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17일 마감) 주주제안 안건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주주제안 내용을 보면 이사·감사 선임에 대한 안건이 99건(46%)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배당 관련 안건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셋 중 하나는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관련 안건(72건, 33.5%)으로 지난해(23건, 13.8%)의 3배 이상이다.
18일 주총을 앞둔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내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8696만2775주) 소각 안건을 처리한다. SK㈜도 발행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5조1000억원 규모(공시 당일 기준) 자사주를 소각한다. 재계 1·2위인 삼성과 SK 두 곳에서만 약 20조원의 자사주 소각이 예정됐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사업본부장은 “개인투자자가 늘고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에 대한 주주의 영향력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며 주주제안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사회 구성이나 자본 정책, 지배구조와 관련한 핵심 사안이 주총에서 직접 논의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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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진 구축한 기업들
기업들도 주총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한화그룹 10개 계열사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 임기를 기존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확대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삼성SDS는 기존 3년인 이사 임기를 ‘3년 이내’로 바꾸는 안건을 올렸다. 이사들의 퇴임 시점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삼성물산과 삼성E&A는 각각 이사 수를 1명씩 감축하고 한화갤러리아는 이사회 정원 상한을 13명에서 7명으로 축소했다. 이사회 규모가 작을수록 주주제안을 통해 다수의 이사가 선임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제안에 맞선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의결권 대행사에 도움을 청하는 기업도 늘었다. 의결권 대행업체 로코모티브의 이태성 대표는 “기업 문의가 전년대비 5배 이상 폭증했다. 올해 서신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주주만 100만명이 넘는다”며 “과거에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대응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소액주주 한 명을 설득하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총 시즌이 자본시장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학회장을 지낸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지배구조가 ‘주주 중심주의’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곡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반면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더해 국민연금까지 개정 상법의 취지를 앞세워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경우 기업의 경영 부담은 임계치에 달할 수 있다”며 “기업의 자율 규범인 정관 변경이나 경영상의 판단은 존중받아야 하며, 과도한 규제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