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공간 복지’ 바람이 불고 있다. 임직원이 회사를 ‘편안한 안식처’로 느낄 수 있어야 업무 몰입도와 창의성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뷰티기업 에이피알 본사(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엔 임직원을 위한 ‘공짜 편의점’이 있다. 대형 냉장고 4대와 냉동고 3대엔 유부초밥·닭강정·만두 등 식사 대용식과 샐러드·빵류·음료 등이 가득하다. 무인 운영 방식으로 임직원 누구나 시간 제약없이 원하는 음식을 꺼내 먹을 수 있다. 직원들은 “끼니를 거르지 않고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에이피알은 사내 포토부스도 운영한다. 임직원용 ‘포토 그레이’엔 가발·선글라스 등 촬영 소품이 갖춰져 있어 즉석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사내 카페에선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데, 청각 장애인인 바리스타들을 배려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이같은 시설은 모두 무료로, 에이피알 관계자는 “임직원 평균 나이가 29세로 젊은 만큼 몰입도 높은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게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회사 구내식당=지하’란 틀을 깬 회사도 있다. 동원그룹은 서울 서초구 본사 20층 맨 꼭대기층에 구내식당을 뒀다. “임직원이 매일 이용하는 구내식당은 가장 전망 좋은 곳에 배치하라”는 창업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뜻이 반영됐다고 한다.
동원그룹의 한 직원은 “‘스카이 뷰(Sky View·하늘 전망)’를 즐기며 식사를 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재천·남산타워가 보이는 사옥 10층 전체는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일하거나 쉴 수 있는 창의∙휴식공간(‘W 스퀘어’)으로, 지난해 9월 젊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냈다.
CJ올리브영 본사(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내) 24층엔 임직원 전용 ‘네일숍’이 있다. 퇴근 시간 이후 예약제로 운영되며, 1회 3000원 월급 공제로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다. 직원들은 “회사에서 수준급 네일케어를 받으니 기분 전환에 최고다” “외부 네일숍을 방문하는 시간을 아껴서 좋다”란 반응이다. 같은 층엔 LP(레코드판) 음악 감상실도 있다.
일부 회사는 휴게실·카페·피트니스센터도 차별화한다.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 1층 휴게실은 개별 분리된 룸으로 구성돼 안마의자가 비치돼 있으며 입구엔 암막 커튼이 설치돼 있다.
한국콜마그룹은 서울 서초구 종합기술원을 포함한 14곳 사업장에 책이 총 1만6000권 있는 북카페를 운영 중이다. 직원들에게 1년에 최소 6권의 독서와 독후감 작성을 권장하는데, 2022년부터 4년 연속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을 받았다.
서울 영등포구 GS강서N타워의 GS리테일 임직원 피트니스센터(2층) 앞엔 ‘실내 산책로’가 있다. 직원들은 이른 아침이나 점심 시간에 초록색 카펫을 따라 걷거나 뛰며 특히 날씨나 공기가 좋지 않은 날에 운동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K뷰티와 유통산업의 주요 무대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면서, 직원들의 창의성이 중요한 환경으로 바뀌었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 문화를 수용하고, 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