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규제 개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16일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조원철 법제처장에게 규제 법령 정비 작업을 올해 안에 끝내라고 지시했다. 당초 3년간 진행할 계획으로 시작한 작업이었다.
조 처장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에게 법령 정비를 통해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행령, 시행규칙 등 3500여개 행정 법령을 전수 조사해 국민과 기업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규제 법령을 골라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조 처장은 ‘시행령 등을 전수 조사해 정부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숨은 규제부터 과감하게 고치겠다”고 했다. 2026~2028년 3년 동안 일제 정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최근 조 처장에게 “3년이 아니라 1년 내에 행정 법령 전수 조사를 마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법제처는 기존 3개년 계획을 1개년 계획으로 수정해 이달 안에 타임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민생 체감’을 강조하며 정책의 속도를 높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법령 정비 기간을 3분의 1로 줄이라는 지시도 이런 일환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도 규제 개혁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기업과 현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민생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일엔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명예교수를 위촉하며 규제 개혁을 위한 인사 작업도 했다.
이 대통령 지시에 법제처엔 비상등이 켜졌다. 1년에 행정 법령 1000~1200건씩 조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올해에 3500여건을 한 번에 조사해야하기 때문이다. 조 처장은 법제처 내에 임시 조직 ‘행정 입법 개선 추진단’을 만들어 이미 행정 법령 조사를 시작했다. 전체 정원 4명에 파견 인원 2명까지 해서 6명으로 된 조직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속도를 주문하는 대신 법제처 인력 충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현재 법제처와 행정안전부는 정원을 20명 늘리는 방안을 두고 협의 중이다. 조 처장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인원이 너무 부족하다. 50명만 충원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건의했고,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안건으로 내보라”고 답했다. 국무회의에서 절충된 숫자가 20명이었다고 한다. 현재 법제처 정원은 23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