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골프볼 프로V1, P자 앞 작은 선 하나의 비밀

중앙일보

2026.03.16 21:52 2026.03.16 22:3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캐머런 영이 지난 16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공은 프로토타입이라고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CPO볼인 프로V1x 레프트 더블 닷이다. AP=연합뉴스
관찰력이 뛰어난 골퍼라면 프로V1x 중에 유독 다른 볼이 있다는 걸 알아챈다. 퍼팅라인을 돕는 로고 스탬프의 'P'자 바로 앞에, 보일 듯 말 듯 짧은 가로선(—) 하나가 은밀하게 찍혀 있는 볼이다.

타이틀리스트의 'CPO(커스텀 퍼포먼스 옵션)' 볼이다. 선수가 "이런 볼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기존 제품과 다르게 특별 제작해주는 맞춤 볼이다. 스핀을 줄여달라, 탄도를 높여달라, 타구감을 좀 더 단단하게 해달라 등 세밀한 요구를 하나하나 반영하는 만큼 개발 기간도 길다. 4년이 걸린 제품도 있다. CPO 볼의 종류는 여럿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알리지 않는다.

타이틀리스트가 투어를 중시하고 특수 제작 볼에 공을 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선수들은 용품의 미세한 차이까지 감지할 수 있고, 그들에게 인정받은 제품은 시장에서도 선택받는다는 철학이다.

일반 골퍼가 구매할 수 있는 프로V1 계열은 프로V1, 프로V1x이며 누구나 똑같은 제품을 쓴다. CPO는 다르다. 스핀량, 탄도, 타구감의 강도 등 특정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생산 수량도 제한적이다. 투어 현장에서 먼저 테스트하고 검증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공급된다. 16일 끝난 '제5의 메이저'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캐머런 영은 '프로토타입(시제품)'으로 표기된 CPO 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타이틀리스트가 투어 선수들의 요구를 반영해 특수 제작한 ‘커스텀 퍼포먼스 옵션(CPO)’볼 라인업. 얼핏 보면 기존 모델과 다를 바 없으나, 사이드 스탬프 로고 옆에 새겨진 미세한 표식으로 각기 다른 성능을 구분한다. 사진 왼쪽부터 프로V1x ‘레프트 대시(Left Dash)’, 프로V1 ‘레프트 닷(Left Dot)’, 프로V1x ‘레프트 더블닷. 중앙포토
전쟁이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듯, 치열한 투어 현장이 혁신을 만든다. 타이틀리스트 R&D팀은 선수들의 요청으로 개발하면서 실전 데이터를 토대로 구조를 근본부터 재검토했다. 그 결과물이 '하이 그래디언트 코어'라는 새로운 설계 개념이다.

풀스윙 시 스핀을 크게 낮추면서도 그린 주변의 컨트롤과 타구감은 그대로 유지하는 '스핀 슬로프' 기술이 핵심이다. 이 기술은 이후 정규 프로V1·프로V1x 시리즈에 고스란히 흡수됐다. 2023년형부터 적용돼 현재 라인업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선수를 위한 맞춤복이 기성복의 수준을 끌어올린 셈이다.

CPO 볼 중 일부 모델은 시장에 나온다. 한국에선 프로V1x 레프트 대시만 출시됐다. 전문적인 볼 피팅을 거쳐 추천되는 제품인 만큼, 피팅을 받은 골퍼에게 가장 잘 맞는다.

그 대상은 많지 않다. 타이틀리스트의 볼 피팅 앱 데이터에 따르면, 프로V1x 레프트 대시가 적합한 골퍼는 전체의 6~8%에 불과하다. 이 회사 김현준 홍보팀장은 "수요가 적더라도 열정적인 골퍼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만들어야 하는 게 1등 골프볼 브랜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단, 반드시 볼 피팅을 받고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퍼에게 맞는 볼이 더 좋은 스코어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CPO 제품의 타깃은 좁은데 인기는 뜨겁다. 미국에서는 프로V1 레프트닷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데도 줄을 선다. 투어 선수들이 쓰는 볼이라는 희소성에, "나는 일반 볼과 다른 걸 친다"는 차별감까지 더해지면서 선망의 대상이 됐다. 한국에서도 개성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따지는 골퍼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자신에게 맞는 볼이 무엇인지 찾기 어려운 골퍼들을 위한 골프볼 피팅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에는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골프볼을 찾아주는 골프볼 피팅 앱도 출시했다.

전문 교육을 이수한 피터가 이 앱을 활용해 맞춤 볼을 추천해주는데, 스윙을 12번만 하면 된다. 스코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그린 주변 스코어링 샷에서부터 아이언샷, 드라이버샷 순으로 이어진다. 소요시간은 20분 정도다.

이를 통해 추천받은 2가지 볼로 9홀씩 플레이 해보면서 타구감, 비거리, 스핀량, 구질, 탄도 등을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골프볼을 고른다.

성호준([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