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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산불 위험기간 최대 3.2배 증가…장마 효과 붕괴”

중앙일보

2026.03.17 00:11 2026.03.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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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경남 밀양 삼랑진읍 검세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에 확산되고 있다. 뉴스1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불 위험기간이 최대 3.2배까지 늘어나면서 한반도가 사실상 연중 산불 위험 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린피스와 카이스트 메타어스랩(김형준 센터장)은 17일 ‘한국 산불 위험도 변화 평가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기후 모델 기반의 가상지구(MetaEarth) 플랫폼을 활용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지역별 산불 위험도를 분석했다. 기온·습도·바람 등 기상 요소를 토대로 산불위험지수(FWI)를 산출했으며, 지수가 20 이상이면 위험 시기로 분류했다.



산불 위험 시점 두 달 앞당겨져

분석 결과, 최초 산불 발생 위험 시점은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현재 전국적으로 13일 빨라졌다. 기온이 오르고, 대기가 건조해지는 등 산불 발생과 확산을 유발하는 기상 조건이 전반적으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최초 산불 위험 시점 변화. 카이스트 메타어스랩·그린피스 제공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로 갈수록 이런 산불 조기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기온이 1.5도 오르면 산불 위험 시점은 평균 35일, 4도 상승하면 59일까지 앞당겨졌다.

지난해 최악의 산불 피해를 입었던 영남 지역은 1월부터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에 연초부터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봄철에 국한됐던 산불 위험시기가 점차 겨울철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다.



대구·경북 산불 연중화 가능성 “장마 효과 붕괴”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산불 위험 기간 변화. 카이스트 메타어스랩·그린피스 제공
산불 위험 기간도 크게 늘었다. 산업화 이전 연평균 67일이던 산불 위험 기간은 현재 기준 평균 102일로 증가했다. 1.5도 상승 시나리오에서는 163일, 4도 시나리오는 214일로 최대 3.2배까지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경북 북부와 강원 내륙, 중부 산악 지역을 중심으로 위험 기간이 길어졌다. 울산(327일)과 대구(314일), 경북(298일)은 사실상 산불 연중화 단계에 진입했다. 상대적으로 산불 발생 가능성이 작았던 수도권 역시 최대 200일 이상으로 위험 기간이 늘었다.

김 센터장(카이스트 AI미래학과 교수)은 “기후위기로 인해 여름철 장마의 산불 억제 효과마저 붕괴됐다”며 “심각한 곳은 거의 연중 내내 산불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봄철 중심의 산불 관리 체계를 넘어 연중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선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번 연구는 한반도의 기후가 대규모 산불에 취약한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산불이 더 이상 봄철의 불청객이 아닌 연중 상시화가 예상되는 기후재난인 만큼, 과거에 머물러 있는 현행 방재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천권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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