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 맞춰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드라이브가 탄력을 받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힘을 보태고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호응하면서 지지부진했던 개헌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장께서 ‘합의되는 것, 국민이 동의하기 쉬운 의제부터 순차적으로 개헌하자’고 말씀하시지 않았느냐”며 “단계적·점진적 개헌도 하나의 사례로 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으며 부마 항쟁도 넣자는 주장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부마 항쟁도 헌정사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한꺼번에 하면 형평성에 맞고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헌을 국정과제 1호로 제시한 뒤 반년 만에 우 의장이 추진하는 ‘개헌의 문을 여는 개헌’에 적극 호응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우 의장은 이날 즉시 페이스북에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썼다. 이어 “5·18 정신 헌법 전문 반영, 계엄 요건 강화, 지방자치와 균형발전과 같은 의제는 여야가 모두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의제”라며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개헌을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지난 10일 우 의장은 “6·3 지방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시행하려면 4월 7일까지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한다”며 “17일까지는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달라”고 여야에 촉구했다.
우 의장이 여야에 제시한 합의 마지노선 당일에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오자 민주당은 즉각 화답했다.
특히,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컸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조정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 의장의 개헌 제안에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공식 검토를 주문하신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부마 항쟁까지 담자고 한 것은 이념과 진영을 초월한 모두의 헌법을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장이 길을 열고, 대통령이 뜻을 밝혔다.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국민의힘에서도 수없이 5·18과 부마 민주화 항쟁 헌법 전문 수록을 주창했기에 국회의장이 제안한 개헌특위에 위원의 추천 등 적극 협력하자고 제안한다”고 했다. 이어 “제7공화국의 미래의 문을 활짝 열어야 진짜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김태년 의원은 “대통령이 제시한 단계적 개헌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부터 바꿔나가자는 대승적 결단”이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 이제는 결단의 문제”라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으로서 개헌 국민투표법 개정에 적극 나섰던 신정훈 의원 등 민주당 호남 지역 의원들도 5·18 정신의 헌법 반영 등을 위해 개헌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여당 지도부는 개헌특위 구성과 관련한 절차가 진행되면 즉시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는 다 준비됐지만 국민의힘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했다.
한목소리를 낸 여권과 달리 국민의힘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생 과제도 시급하고 여러 현안이 있어 과연 개헌을 논의할 시점이냐는 점에서 매우 소극적”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야 합의가 무산돼 개헌특위 구성이 불발되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진행은 어렵게 된다.
17일 오후 우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양측은 ‘조작 기소’ 국정조사 처리를 둘러싼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개헌특위 구성에 대해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우 의장은 야당을 적극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의장실 핵심 관계자는 “윤 어게인과 결별하겠다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불법 계엄을 막는 개헌에 반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