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최전방 사령관의 마음으로 나선다”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의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지난 8일 후보 등록을 거부한 지 9일 만이다. 당내에선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민에 대한 책임감과 선당후사 정신으로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1000자 분량의 입장 중 절반가량을 장동혁 대표를 비판하는 데 썼다. 오 시장은 “장 대표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변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극우 유튜버들과 절연하지 못한 채 당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들과 당원을 사지로 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능을 넘어 무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출마로 선회한 배경에 대해 오 시장 측은 “6·3 지방선거가 목전인 상황을 고려해 후보 등록 뒤 장 대표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당의 변화를 이끌어 가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 버금가는 혁신 선대위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거듭 요구한 것이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기울어진 운동장의 각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당에 의해 매몰차게 거절당했다”며 “더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내에선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장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보들이 멋진 경선을 치르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했다. 오 시장이 자신을 비판한 걸 두곤 “(윤석열 전 대통령 절연) 결의문 채택 뒤 노력하고 있지만, 누구나 만족할 순 없다”며 “그렇지만 혁신을 끌어내겠다”고 했다. 혁신 선대위 구성 요청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선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오 시장의 고민과 책임감이 담긴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초선인 박수민 의원도 이날 서울시장 후보로 추가 접수하면서 국민의힘 후보는 오 시장과 박 의원, 윤희숙 전 의원,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 이승현 인팩코리아 대표이사 등 5명으로 늘었다. 박 의원은 이날 “진영 논리를 벗어나 보수·진보를 포괄하는 국민 정당, 미래의 정당으로 가야 하는데 장 대표가 그 소명을 적절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 대표가 변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당내에선 “갈등 불씨는 여전하다”(영남 중진)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3선 의원은 “향후 중도 표심을 잡으려는 오 시장과 당심(黨心) 결집을 주장하는 장 대표의 주도권 다툼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역 단체장, 중진 공천배제(컷오프)’를 둘러싼 내홍도 심상찮다. 16일 컷오프된 김영환 충북지사는 17일 “어떤 경우라도 출마할 것”이라고 불복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부산시장 공천 관련해 박형준 시장을 컷오프 하고 초선 주진우 의원을 단수 공천하는 방침은 철회했다. 공관위는 17일 “부산시장 공천은 경선 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대구시장에 출마한 중진을 겨냥한 컷오프는 물러설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공천 개혁의 핵심은 대구다. 결과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선 이 위원장이 6선 주호영, 4선 윤재옥, 3선 추경호 의원 등 중진을 배제하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유영하·최은석 등 정치 신인 중심의 경선을 구상 중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